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충성경쟁으로 전락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마찰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안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후 본격적으로 갈등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불협화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일 시절부터 깨졌고, 그때부터 쌓인 앙금이 이번 전당대회를 마중물 삼아 터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안철수, ‘총리·장관 거절’부터 ‘결근·미국행’까지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불편한 동거’는 지난 대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 시작됐습니다. 안 의원이 국무총리 등 윤 대통령의 ‘인사 제안’을 거절했다는 논란은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안 의원에게 국무총리를 맡아달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인수위원장을 희망하며 거절했죠. 또 윤 대통령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이 경기지사에 출사표를 던져주기를 기대했지만, 안 의원은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를 선택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안 의원에게 제안한 보건복지부 장관도 안 의원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내각 인선을 진행하고 여당이 내홍을 겪던 과정에서 안 의원이 부재했다는 점도 두 사람의 불화를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꼽힙니다. 안 의원은 지난해 4월 14일 인수위원장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당선인이던 윤 대통령이 전날 단행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안 의원이 보고받지 못하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점입니다.
지난해 7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중징계를 받고 당이 혼란에 휩싸였을 무렵에 안 의원이 미국으로 떠난 데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안 의원에 실망감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에 ‘구원투수’가 절실한 상황에서 안 의원이 딸인 안설희 박사를 만나기 위해 자리를 비운 데다, 이런 모습이 당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죠.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양팔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단일화’ 놓고 다른 목소리…‘신윤복 평가’ 논란까지
시계를 좀 더 뒤로 돌려 지난 대선의 후보를 결정하던 시점을 두고도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은 이견을 표출하는 모양새입니다. 당시 후보였던 안 의원 측이 단일화 물밑 협상을 수차례 엎은 데 대해 같은 당 후보였던 윤 대통령 측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겁니다.
대선 끝물까지 상황을 예측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단일화 효과를 축소한 책임이 안 의원에 있다고 보는 셈입니다. 그간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은 윤안 단일화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의원은 “후보 단일화로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고, 현 정권에 협력하겠다는데 이제 와 ‘당 대표, 당신은 안 된다’는 것은 토사구팽”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은 '정치적 정체성'에서도 간극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고 신영복 교수를 둘러싼 설전이 대표적인데요.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한 사람!”이라고 적었습니다.
2016년 고인이 된 신 교수를 조문하며 존경심을 표한 안 의원을 겨냥한 글로 풀이됩니다. 안 의원은 당시 신 교수를 “시대의 위대한 지식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준석계’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 의원 식 논리라면 자유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느끼고 목숨의 위협을 감수하고 자유대한민국으로 넘어온 태영호·지성호 의원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다”며 안 의원을 엄호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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