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윤혜원 기자] 한일 정상이 83분간의 회담을 통해 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을 알렸습니다. 또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각각 10억원씩 총 20억원 규모의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이나 참여 기업이 전혀 결정되지 않은 채 출범부터 하게 됐습니다. 일본의 적극적인 호응조치가 전무했다는 얘기입니다.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일본 정부의 사죄, 책임 표명도 없어 '반쪽짜리' 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 소통하고 협력"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발전 방향을 본격 논의할 토대를 마련됐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두 정상은 형식을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 외교를 통해 적극 소통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일 정상은 일본의 3개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 해제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긴밀히 협의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한일 간 안보 협력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양국 간 외교·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포함해 다양한 협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사죄 표명 없이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 발전적 계승"
하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사죄 표명은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으로 발전적 계승해 양국 불행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협력 새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됐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양국 정상회담에 맞춰 급박하게 기금 설립이 이뤄지면서, 구체적인 사업이나 참여 기업이 전혀 결정되지 않은 채 출범부터 됐습니다. 미래기금은 윤석열정부가 지난 6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양보안을 발표한 것에 대한 일본 쪽의 핵심 호응 조치로 마련된 것인데요. 피고 기업을 포함해 일본 기업이 얼마나 많이 기금에 동참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급조된 미래기금은 일본 기업의 참여는 전혀 없이 전경련과 게이단렌만으로 운영을 시작하기로 한 겁니다.
한일 회담의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국민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 한 통화에서 "일본에 주도권을 내준 데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미국의 압박으로 한미일 동맹이 구성된다 해도 국익을 도모하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정부는 이런 흐름을 차단하거나 역행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남은 것은 국민의 저항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윤혜원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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