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비박산' KT, 10년 만에 비상경영체제…"조기 정상화에 최선"
윤경림 후보자 사퇴 하루만에 구현모 대표도 사임
10년 전 대표 사임 후 보름만에 CEO 공모했지만…이번엔 대표 선임까지 5개월 걸릴 듯
사내메일 통해 박종욱 직무대행 "조기 정상화에 최선" 약속
2023-03-29 11:10:05 2023-03-29 16:46:49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10년 만에 다시 대표대행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민영화된 이후로는 세 번째입니다. 연결 대상 기업 85개사, 계열사 51개사, 그룹 임직원 6만여명을 거느리는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 잔혹사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윤경림 후보자 사퇴 하루만에 구현모 대표도 사임 
 
차기 대표 후보자였던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후보자를 사퇴한지 하루만에 구현모 KT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KT는 28일자로 비상경영체제를 공식화했습니다. 회사 정관과 직제 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됐습니다. 
 
KT의 비상경영체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0년 전인 2013년 말 이석채 회장이 임기 중 중도 사임했습니다. 2009년 1월 이명박 정부 때 임명돼 연임에 성공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 수사 끝에 2013년 11월12일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앞서 남중수 사장도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 때 연임이 결정됐지만, 검찰 수사를 받아 구속된 후 2008년 11월5일 사임했습니다. 
 
2013년 당시 KT는 표현명 텔레콤·컨버전스부문 사장을 직무대행으로 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운영했습니다. 2008년에는 서정수 부사장을 직무대행으로 비상경영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10년 전 대표 사임 후 보름만에 CEO 공모했지만…이번엔 대표 선임까지 5개월 걸릴 듯
 
앞서 두번의 비상경영체제가 운영됐지만, 발빠르게 차기 대표 공모에 나서며 대응했습니다. 2013년 이석채 회장 사임 후 보름만에 KT 후임 대표 공모에 나섰고, 2008년에는 남중수 사장 사임 후 이틀 만에 공모를 시작했습니다. 
 
민영화 이후 세 번째 비상경영체제를 맞이한 KT이지만, 경영 안정화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표 공모를 주도할 이사회부터 재구성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KT 이사회에 남은 사외이사는 총 4명입니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여은정 사외이사, 표현명 사외이사, 김용현 사외이사입니다. 앞서 이강철 사외이사, 벤자민홍 사외이사가 사임한 데 이어, 김대유 사외이사와 유희열 사외이사도 사임했습니다. 남아있는 이사진 중 3명은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안건이 통과돼야 임기를 1년 더 수행할 수 있습니다. 사외이사 3인이 임기 연장을 승인받지 못하거나, 2명 이상 스스로 물러날 경우 상법상 이사회 구성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상법 542조8에 따르면 '자산 규모(2조원)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3인 이상만 되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을 진행해 새로운 사외이사와 대표 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이사회 역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KT는 국내 및 미국 상장기업인 점,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필요한 점, 최소 두차례 임시 주총 개최가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해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를 넘길 수 있다는 얘기인데, 지난해 11월 차기 대표 선임이 본격화된 이후 약 8개월간 경영 공백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박종욱 직무대행 "조기 정상화에 최선"
  
경영 공백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박종욱 KT 대표 직무대행은 조기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임직원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 KT-KISDI 국제 컨퍼런스 2021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KT)
 
박종욱 KT 대표 직무대행은 29일 사내메일을 통해 "비상 상황을 조기에 정상 경영체제로 돌려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면서 "이번 위기 상황의 빠른 극복은 어느 한 사람의 힘이 아닌 전 직원이 함께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민과 고객들께 제공하는 서비스에 한치의 차질이 없도록 한층 더 맡은 바 업무에 집중해 달라는 것과 네트워크와 IT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당부했습니다. 
 
박종욱 직무대행은 KT 및 그룹사의 2023년 전략방향 및 경영계획이 이미 확정돼 실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직에 변화가 필요한 사항은 새롭게 정립된 의사결정체계 하에 신속히 수행해 달라"고도 언급했습니다.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KT의 지배구조 체계의 정립도 약속했습니다. 그는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면서도 보다 빠르게, KT 최적의 지배구조를 정립하고 새로운 경영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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