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통신은 국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서비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힘없는 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된 통신시장의 경쟁촉진을 위한 방안 마련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통신정책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20일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위한 특별전담팀(TF)을 꾸리고, 1차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달에는 공개토론회를 시작으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마련을 위한 자리와 TF 2차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지난 13일에는 통신요금정책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도합 5차례의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학계 및 전문가, 유관기관, 통신업계 등 5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과기정통부는 6월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TF를 비롯해 간담회 등 각 회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위해 세우고 있는 핵심축은 알뜰폰, 요금제 확대, 정보비대칭 완화로 요약됩니다. 기존의 통신3사 외에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업자가 나오도록 하고, 기존 사업자인 통신3사는 요금제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공급의 측면을 대폭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장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복잡성에 따른 이용자 후생 저하 문제는 소비자가 필요한 것을 쉽게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활성화해 푼다는 방침입니다. 다시 말해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 통신사업자들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받기 위해 사업자들 간 경쟁을 해야 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통신시장 경쟁활성화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육성 방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릴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당장 제4통신사에 나서는 사업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춘 알뜰폰 사업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흐름과 맞물려 시너지를 키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해달라는 KB국민은행의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했습니다. 금융위가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승인 절차가 완료되면 다른 은행들은 금융위의 별도 허가 절차 없이도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 외에도 다양한 시중은행의 진출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인데, 과기정통부의 알뜰폰 정책에 힘을 실어줄 요소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요금제 다양화는
SK텔레콤(017670)을 시작으로
LG유플러스(032640)가 5G 요금제를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물꼬가 트였습니다. SK텔레콤은 25종의 요금제를, LG유플러스는 23종의 요금제 출시 계획을 알렸습니다. 24·31~110GB 사이 전무했던 데이터 구간의 요금제를 신설하고, 청년층과 시니어층의 요금제를 7월까지 순차적으로 출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 늘어난 요금제는 비경제적 요인입니다. 한번 만들어진 요금을 없애기도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통신3사가 연이어 데이터 24~31GB 구간의 5G 요금제를 선보인 이후 7개월 동안 요금제 출시가 감감무소식이었던 이유입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최근 "요금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오랜 기간 지체된 상태였고, 정부의 노력에도 협의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요금제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
KT(030200)도 금명간 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KT까지 요금제 발표가 마무리되면 5G 상용화 이후 대대적 요금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서울 시내의 한 이통통신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신3사를 견제할 사업자를 키우고, 요금제도 확대되는 모양새지만, 이는 통신요금의 복잡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신요금 제도 개선방안 논의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가격비교 후 서비스를 선택하는 비중이 47~69%에 해당하지만, 결합상품 가격비교가 어렵다는 비중은 41.1%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통신사가 보유한 통신이용, 가입정보, 사용량 등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용자에게 적합한 요금제를 고지하도록 하는 등 사업자와 이용자 간 정보비대칭성 해소할 수 있도록 정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유럽연합(EU)은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서비스 선택에 참여하는 것이 통신비 절감과 요금경쟁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 일찍이 전자통신규제지침(EECC)에 통신사의 약정만료 고지 및 최적요금제 고지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통신업계는 독점 사업자로 정부의 표적이 된 현 상황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필수설비를 지닌 기간통신사업자로서 후발사업자를 위해 알뜰폰 시장을 열었다는 것과 더불어, 자신들의 점유율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5G 상용화 이후 마케팅비를 줄이며 서비스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언급합니다. 그럼에도 볼멘소리가 더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른다며 한편으론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입니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맞게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말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공감한다"며 "요금제 다양화는 물론 이용자별 패턴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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