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2024년부터 희망하는 유치원에 한해 교육과정 시작 시간을 기존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기는 정책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유아교육계에서는 해당 정책이 아이들 신체 발달과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오전 9시 등원도 잠 덜 깨서 오는데 더 앞당기는 건 무리"
교육부는 최근 '제3차 유아교육 발전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희망하는 유치원의 경우 정규 교육과정 시작 시간을 오전 8시로 앞당겨 운영하는 방안을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2026년까지 시범 운영한 뒤 2027년에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유아교육계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아침 이른 시간부터 교육기관에 머무르게 되면 부모와의 애착 관계 형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아 발달 특성상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선생님들이 교육기관에서 아이들에게 아무리 많은 사랑을 베풀어도 부모가 주는 사랑과는 다른 부분일 수밖에 없다. 유치원 등원 시간을 지금보다 앞당기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너무 줄어들게 된다"며 "교육 현장에서도 아이들이 교육기관에 오래 머무는 건 유아 발달의 특성상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정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 오전 9시까지 등원하는 경우에도 아이가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오는데 이보다 더 앞당기는 것은 무리"라며 "국가가 정책을 추진할 때는 무턱대고 어림짐작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연구용역을 통해 현장의 의견도 수렴하면서 신중히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희망하는 유치원에 한해 등원 시간을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기는 정책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하자 유아교육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유치원 모습.(사진 = 뉴시스)
"유아에게 300분의 교육과정은 신체적·정서적 학대"
유치원 등원 시간을 앞당기는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높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사 결과 유아의 48.5%가 오전 8시 30분 이전에 등원하는 현실을 고려해 이번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오전 9시 이전에 등원하는 유아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박다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오전 7시 또는 오전 8시부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은데 실제 그 시간에 등원하는 유아의 수는 많지 않다"면서 "오전 8시 30~40분에 등원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고 오히려 오전 9시 등원 시간도 맞추지 못해 오전 10시나 11시에 오는 아이들도 다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치원은 특성상 별도의 쉬는 시간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정규 교육과정이 1시간 늘어나는 건 아이들 입장에서도 교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며 "특히 유아에게 300분의 교육과정은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정책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맞춰 부모들을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하고 있다"며 "부모에게 더 많은 노동을 시키고자 유치원 등원 시간을 앞당기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라는 의견도
한편 교육부의 이번 정책이 아이의 정서 발달적인 측면에서는 좋지 않지만 부모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김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홍보국장은 "아이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유아 교육과정이 시작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양육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미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이른 시간부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입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희망하는 유치원에 한해 등원 시간을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기는 정책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하자 유아교육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유치원으로 아이들이 등원하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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