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한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2위까지 올라서며 이 시장을 질주했다가 최근 5위로 추락한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확대와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 중국 인재 영입에 나서는 등 모바일AP 성능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20일 업계와 대만 IT전문매체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 개발을 위해 중국에서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을 하는 인재 영입에 나섰습니다. 삼성 모바일AP ‘엑시노스’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스마트 기기 성능을 좌우하는 반도체 모바일AP는 시스템온칩(SoC)으로 만들어지며, SoC는 중앙처리장치(CPU)와 GPU 등으로 구성됩니다. SoC는 다양한 기능을 집약해 하나의 칩에 구현한 시스템반도체입니다.
삼성 모바일AP 엑시노스2200. (사진=삼성전자)
삼성, 모바일AP 엑시노스 성능 개선 사활
스마트폰에 SoC로 AP를 탑재하는 것은 스마트폰이 데스크톱과 달리 계속해서 전력을 공급받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각기 다른 기능을 구현하는 여러 칩을 하나로 모아 전력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삼성이 중국에서 인재 확보에 나선 분야는 GPU입니다. GPU는 그래픽만 처리하는 반도체인데 이 칩이 CPU의 명령을 받아 모니터 상에 사물들의 모양이나 위치, 색상, 질감 등을 표현합니다. GPU 성능에 따라 모바일 게임 최적화 정도가 다릅니다. 때문에 스마트폰 교체 요인 중 하나인 모바일 게임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GPU의 성능이 중요합니다.
삼성이 지난해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AMD와 손잡고 야심차게 준비해 출시한 ‘엑시노스2200’도 그 일환입니다. 삼성은 엑시노스2200을 갤럭시S22 시리즈에 적용했습니다. 삼성의 4나노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으로 만들어진 엑시노스2200에는, AMD의 최신 그래픽 아키텍처(설계방식)인 RDNA2가 적용됐습니다. 엑시노스2200은 콘솔 게임 수준의 고성능을 갖췄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시노스2200은 발열과 성능저하 등의 문제로 갤럭시S22 시리즈에만 탑재되고 올해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에서는 배제됐습니다. 갤럭시S23 시리즈의 AP는 전량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가 탑재됐습니다. 엑시노스2200의 성능저하 등의 문제는 삼성의 시장점유율 축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모바일AP 시장 1위는 애플(31%), 2위 대만 미디어텍(28%), 퀄컴 3위(21%), 중국 유니SOC가 9%로 4위, 삼성전자는 8%로 5위에 그쳤습니다.
2012년 삼성전자의 모바일AP 시장점유율은 11.1%를 기록하면서 2위에 올랐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점유율이 7.9%로 떨어지며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 4조원 적자에는 업황 불황을 맞은 메모리 반도체가 직격탄이겠지만, 갤럭시S23 시리즈가 잘 팔리는 상황에서 자사 모바일AP인 엑시노스 2200을 채택하지 못한 것에 따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삼성, 최근 중국서 GPU 인재 영입 나서
삼성전자의 중국 인재 채용 움직임은 국내에서 인력 수급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 최대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가 우선이어야하지만 인력난이 극심해진 지는 오래됐습니다. 인력난 심화로 삼성도 대학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등 인재 양성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울산·대구·광주 등 3개 지방 과학기술원과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하는 협약을 맺으며 반도체 전문인재를 양성해 범국가적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외 삼성전자와 협약 맺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연세대에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반도체 인력난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도 심각하기 때문에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CCID)과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에 따르면 올해 중국 반도체산업 인력은 20만명 부족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1000억달러(약 132조원)를 투자해 뉴욕주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인력 부족 심각에 부딪혀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이 지금 당장 현업에 투입할 인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글로벌 차원에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며 “기업들이 대학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맺는 등 인재 양성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로드맵이라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극자외선(EUV) 전용 생산라인이 설치된 삼성 화성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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