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넷플릭스에 이어 미국의 6대 첨단기업들도 우리나라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한·미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수요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19억달러의 미국 기업 투자는 수소·반도체·친환경 등 6종 분야의 생산시설로 국내 구축을 통한 경제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확실성 요인인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과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사이 경제적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첨단산업,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수소 등 업무협약(MOU) 23건을 체결했습니다.
배터리와 바이오, 자율주행차 항공, 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10건이 체결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배터리·바이오·자율주행차·항공·로봇 등에서 연구소·공공기관들이 공동연구와 인력교류, 제품 개발, 인증·표준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는 총 13건의 MOU가 체결됐습니다. 구체적으로 SMR과 수소,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 신재생, 핵심광물 분야 등을 다뤘습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첨단산업,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수소 등 업무협약(MOU) 23건을 체결했습니다. 사진은 반도체 생산시설 모습. (사진=뉴시스)
MOU뿐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 유치 성과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해 59억달러(한화 약 8조원) 규모 투자 유치 성과를 냈습니다.
첫날인 24일(현지시간) 넷플릭스로부터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콘텐츠 투자를 받아냈고, 다음날에는 반도체 등 첨단기업 6개사로부터 19억 달러(약 2조5000억원)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소재기업 코닝도 향후 5년간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런 성과에도 미국과 중국 패권 다툼이 심화한 데 따른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윤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중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판매를 늘리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이 같은 요청은 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이달 안보 심사에 들어간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가 금지될 경우 그 부족분을 한국이 채우지 말라는 겁니다.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반도체지원법, 북미 생산이 아닌 전기차에 차별 조항을 둔 IRA 등 불확실성도 여전합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과 협력 외 사실상 다른 선택지는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우리 기업에 현지 기업과 동등한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까지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주도록 지속해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안보·정치적으로 미국과 함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한편, 중국 외 다른 시장을 찾는 노력도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들 투자는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한미 동맹이 이미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 투자 동맹으로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에 심은 협력의 씨앗이 조만간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투자신고식에서 수소·반도체·친환경 분야 미국 6개 기업이 한국에 19억달러(한화 2조5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투자신고식. 왼쪽부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 윌버 목 에어프로덕츠(수소 생산시설 분야) 대표.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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