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전자의 300조원 규모 용인 반도체 공장 투자의 최대 난관으로 전력수급 문제가 지목됩니다. 기존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및 데이터센터 신증설 투자가 겹쳐 전력수요 과밀, 계통혼잡을 초래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삼성전자가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선 사실상 자가발전소가 필요한데 주민 반대로 홍역을 치렀던 SK하이닉스 사례에 비춰 보면 우려를 낳습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업에서 용인 반도체 공장 투자 관련 전력공급대책에 대해 요청하는 부분이 있어서 관련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전력당국과 함께 SK하이닉스 사례도 참고해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수도권 계통혼잡…자가발전소 필요
산업부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부지 내 자가발전소를 짓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전력수급 인프라가 부족해 자가발전소가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청주공장과 이천공장에 LNG발전소를 설립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자가발전소를 짓는 데 주민 반대의 어려움을 겪은 만큼 삼성전자도 난관이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를 보는 데다 주민 반대도 심해 수도권에 전력망을 추가 설치하는 문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자가발전소가 몇 안되는 대안인데 SK하이닉스 사례를 보면 주민 반대 민원을 해결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전으로부터 전력공급이 몇분만 멈춰도 반도체 공장은 수십, 수백억 복구비용이 소요된다”라며 “국내 산업단지 내 정전 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없지도 않은 만큼 반도체 공장은 전력수급 안정성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 그 중에 ESS(에너지저장시스템)는 아직까지 효율이 떨어져 자가발전소가 유효하다”라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국내 신규 원전건설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발전설비를 늘릴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송전, 변전설비 등 신규 전력망 보강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내 이미 데이터센터가 많아 신규 반도체 공장까지 더해지면 계통혼잡이 커집니다. 이를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자가발전소이지만 인근 주민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LNG발전도 SMR도 첩첩산중
자가발전소로 유효한 방안 중 하나인 LNG발전소는 전력공급뿐만 아니라 반도체공정에 필요한 스팀 생산도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국가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LNG발전소 비중을 늘릴 정도로 석탄발전에 비해서는 환경오염 문제도 덜합니다. 하지만 탄소제로가 아닌 만큼 인근 주민들은 온실가스, 미세먼지, 발암물질, 폐수 등의 피해를 걱정하며 반대해왔습니다.
SMR의 경우 무탄소 에너지 공급원 역할이 가능하지만 실증 및 상용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기존 원전에 비해 경제성이 낮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원전과 동일하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도 여전한 과제로 남습니다.
계통혼잡 외 전력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비수도권과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는 문제도 부각됩니다.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가 2025년 이후 완공될 예정입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입해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더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존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도 인공지능(AI) 산업 발달에 따라 신증설 투자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수도권 전력수요 과밀 현상은 전력 계통불안을 가중시킵니다. 이 때문에 계통 안정성을 보충하려면 화석연료발전소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는 상대적으로 계통 안정성이 떨어져 정부가 탄소중립과제와 계통안정성 문제를 둘 다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편,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문제는 구인난과도 얽혀 있습니다. 관련 산업에서 인력수요는 급증하는데 관련 인력은 부족합니다. 이에 업체들은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공장이 수도권을 벗어나면 인력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이 큽니다. 즉 구인난이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형편입니다. 지역균형발전, 인력확보, 전력수급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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