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 행위) 근절'을 앞세운 윤석열정부가 연일 노동조합(노조)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귀국 직후인 지난 2일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 노조 때리기에 총대를 멨습니다. 윤석열표 노동개혁의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자의 분신 사망은 윤석열표 노동개혁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시민사회는 3일 노동절 비극에 대해 "원천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노조 탄압 기획수사로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붙인 '건폭 신조어'…'조폭 프레임' 덧씌우기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노동개혁을 주창해 왔습니다. 하지만 연일 노조를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노조 때리기'에만 열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노조를 향한 발언 수위는 시간을 거듭하면서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12월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와 기업 부패와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지난 2월17일 "노조 회계 투명성이 노조 개혁 출발점"이라고 말했는데 2월21일 국무회의에서는 '건폭'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건설노조를 '폭력배 집단'으로 지칭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전본부가 3일 대전경찰청 앞에서 지난 1일 건설노조 강원지부 조합원이 분신 시도 후 사망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당시 "건설 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를 강력 단속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경찰은 지난해 12월 1계급 특진까지 내걸고 건설노조 불법행위 수사에 열을 올렸습니다.
건설노조 수사 관련 950명 수사대상 15명 구속
노동계는 처음부터 자신들을 불법 집단으로 규정짓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2일까지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이뤄진 사무실과 조합원 압수수색은 각각 13회와 40여명이며 950여명이 수사선상에 올랐고 15명이 구속됐습니다. 이번에 숨진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모씨도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습니다.
양씨는 최근 발견된 유서에서 "정당한 노조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사 독재정치의 제물이 돼 지지율을 올리는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없이 구속돼야 한다"고 억울해했습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윤재옥(가운데)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정부는 참혹한 국정실패를 노동자 때리기로 눈가림하려는 얄팍한 속임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건폭 신조어에 대해 "기가 막힌 이름을 붙이며 몰아세우고 있다"며 "노조를 조직폭력배와 같은 범죄집단이라고 전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참여연대도 "노조를 기득권 비리 세력으로 낙인찍고 정당한 노조행위를 불법으로 매도한 탓에 벌어졌다"고 꼬집었습니다.
여전히 당정은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추후 노동계와의 추가 대립이 예상됩니다. 국민의힘 정책위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날 '건폭 당정협의회'를 열고 추가 방안을 모색하려고 했으나, 양씨의 분신 사망으로 인해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여당은 전날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현행 채용절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노동개혁특위까지 출범시키며 정부의 노동개혁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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