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삼성페이마저 결제 건당 수수료를 부과하는 '유료화'를 검토하면서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 도입한 애플페이가 간편결제시장 생태계를 흐트러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악화한 시점에서 삼성페이마저 유료화할 경우 각종 소비자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 절감부터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대카드가 불러온 나비효과에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애플페이(Apple Pay) 결제가 가능해진 9일 서울 한 스타벅스 매장 결제 단말기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카드 회원사에 삼성페이와 관련한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서면으로 전달했습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삼성페이 관련 수수료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단체계약을 삼성전자와 맺고 매년 자동연장해왔는데요. 다만 해당 공문에 수수료 부과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와 카드사가 맺고 있었던 계약은 8월쯤 만료되는데요. 통상적으로 계약 만료 3개월 전에 재협상을 진행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조건으로 신규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카드사 입장으로는 안그래도 수익이 악화한 상황이라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유료화 전환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애플페이가 그 배경을 만들어 준 상황입니다. 애플페이는 결제 건당 사용 수수료를 0.15% 받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수료이기도 합니다. 카드사들은 삼성전자도 애플페이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간편결제시장 생태계 흐트릴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입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페이도 카드사별로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기 위해 개별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애플페이처럼 결제 건수나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한다면 규모가 큰 카드사가 할인을 더 받지 않겠나"라며 카드사별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봤습니다. 100만건, 200만건 등 결제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진다면 카드사간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입니다.
높은 수수료 부담으로 삼성페이를 보이콧하는 카드사가 나올지도 주목됩니다. 지금도 현대카드 외 타카드사들은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삼성페이 유료화'가 결정될 시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융위원회는 애플페이 도입을 승인하면서 간편결제 수수료를 소비자 및 가맹점에 전가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카드사가 수수료를 부담해야한다는 뜻인데요.
카드업계에서는 삼성페이 수수료 유료화에 따른 부담이 연간 2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제공하던 무이자 혜택이나 할인 한도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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