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2020년 12월 '불가', 2022년 11월 '수용'. 울산 울주군 삼평리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두고 같은 사업지, 같은 사업자, 같은 법령 아래 정반대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사이 달라진 것은 2022년 지방선거로 민선 8기가 출범했다는 점입니다. 폐기물관리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등에 따르면, 사업계획서에 적합을 통보하고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하는 최종 책임자는 울산시장입니다. 하지만 김두겸 울산시장이 적합통보를 낸 판단 근거, 시장의 지시 여부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낙동강청이 울산 산업폐기물 매립장에 대해 거푸 적정성을 문제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울산시가 해당 사업에 적합 통보를 한 것을 두고선 울산시 안에서도 설명이 다릅니다. 실무 차원의 해명과 2024년 7월 김두겸 시장이 시의회에 낸 공식 서면답변 사이엔 간극이 있는 겁니다.
우선 울산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2019년 8월) 사업계획에 적합 통보를 내릴 땐 조건부로 나갔다. (낙동강청)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적합 통보가) 나간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낙동강청은 2019년 2월 울산시에 '사업계획서 적합 통보 전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는 조건을 달아 회신을 보냈는데, 당시만 해도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었고 울산시로선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적합 통보를 낼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김두겸 시장의 답변은 결이 다릅니다. 2024년 7월 김두겸 시장은 공진혁 울산시의원의 서면질의에 "관계기관 의견조회 결과 '관련 법률에 저촉된다(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제한한다)'는 의견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관계기관(낙동강청 등)에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에 관한 의견을 조회해 봤더니, '해당 부지는 법적으로 폐기물시설 금지 구역에 해당하거나 용도가 맞지 않다'라는 등의 의견은 없었다는 뜻입니다. 설사 낙동강청이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에 부적정성을 지적했더라도 이는 법적 구속력을 가질 만큼 결정적 제한 사항이 아니라는 말로도 해석됩니다.
하지만 애초 낙동강청이 해당 사업의 적정성을 문제로 삼은 건 '법적으로 이 땅이 금지 구역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지을 순 있지만, 환경상 위험하니까 재검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도 2017년 10월 건설폐기물 관련 선고에서 "행정청이 적합 여부 결정을 위해 '환경기준의 유지를 곤란하게 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땐 사람의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 생활·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검토해 그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즉 환경상 영향은 승인기관(울산시청)이 적합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낙동강청이 회신한 의견이 법령상 반드시 따라야 할 기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섯 차례 반복된 환경상 우려를 울산시가 어떻게 검토하고 반영했는지, 그 판단 근거가 제시돼야 재량권 행사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승인기관의 재량 판단도 합리적 근거 없이 이루어지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폐기물관리법상 사업계획서 적합 통보 기관과 국토계획법상 도시관리계획 결정권자는 모두 울산시입니다. 재량권 행사의 최종 귀속처도, 그 근거를 설명할 책임도 울산시장에게 있는 겁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2월23일 울주군 온산읍 S-OIL 온산공장 대회의실에서 열린 S-OIL 샤힌 프로젝트 준공대비 기업현장지원 T/F회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절차상 문제도 심각합니다. 이 사업은 당초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산지 개발과 토석 채취 규모가 드러나면서 2023년 규제가 더 까다로운 '정식 환경영향평가(본안)' 대상으로 바뀌었습니다. 법적으로 정식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은 사업계획서 적합 통보 전에 환경청과의 협의를 반드시 끝내야 합니다. 하지만 울산시는 협의가 완료되기도 전에 적합 통보를 내렸고, 본안 대상으로 재분류된 이후에도 이 적합 통보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낙동강청은 2025년 5월 최종적으로 재검토 결정을 내렸고, 적합 통보 전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낙동강청의 조건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한 개발인허가 업계 관계자는 "결국 결정권자는 울산시청이다. 울주군청은 입안만 하는 거고, 결정권은 울산시가 갖는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수행하고 그 다음에 도시계획시설로 입안돼야 하는데, 환경영향평가 절차 없이 도시계획시설로 먼저 입안이 올라갔다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반 폐기물 매립장으로 인허가를 넣었을 때 도시관리계획 입안까지는 가능하지만, 환경영향평가 협의 없이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재분류된 이상 사업은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사업지, 같은 사업자, 같은 법령 아래에서 2020년 12월엔 울주군이 '불가'를, 2022년 11월엔 '적합'을 통보한 것은 2022년 민선 8기 출범 후 행정판단이 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사업자에 대한 특혜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울산의 한 개발사업가는 "이 사업의 매립 용적은 약 290만㎥로, 규제 강도가 훨씬 높은 '본안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330만㎥)을 간신히 피해가는 수치다. 애초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길 바라고 맞춰서 사업 계획을 넣었다는 느낌까지 있다"며 "울산시가 적합 통보를 내린 건 사실상 사업을 해도 된다고 판을 깔아준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울산 산업폐기물 사업 추진 과정에 관해 울산시청과 울주군청, 대양이앤이 등에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울산시 관계자는 "적합 통보는 시설·장비·기술능력을 갖추고 타법 저촉이 없으면 내리게 돼 있다. 서류가 정상적으로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적합 통보를 한 것이고, 환경영향평가는 그 뒤에 이뤄졌기 때문에 적합 통보에 반영이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결과적으로는 사업자 측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특혜는 저희가 알 수가 없고, 저희가 할 수도 없는 영역이다. 특혜가 있으면 그거는 검찰이나 경찰에서 조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두겸 시장 차원의 공식 입장은 별도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울주군은 "폐기물 사업계획 적합 통보 전에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낙동강청이 처음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보았다가 이후 환경영향평가(본안) 대상으로 재분류하는 과정에서 "판단 미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시행자인 대양이앤이 측은 "인허가는 2019년 12월에 이미 받은 상태였다. 인허가를 받았다는 건 울산시로부터 사업계획에 대한 적정통보를 받았다는 의미"라며 "울산시로부터 2019년 8월 최초 적합승인을 받았고, 2019년 12월 변경 승인, 2022년 11월 2차 변경 승인을 받았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은 아직 나지 않았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한 절차 중 하나인 울주군의 입안 제안 수용 통보는 받은 상태다.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추진했으나 2025년 5월 재검토 통보를 받았다"고 알렸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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