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난타전 불가피…'민주당 공격' 대 '장제원 방어'
이재명 "언론재갈·공영방송 장악…땡전뉴스 5공 시절 퇴행"
여, 장제원 축으로 적극 엄호 예상…청문회 패싱·파행 가능성도
2023-06-06 06:00:00 2023-06-06 06:00:00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심사가 열린 지난 2018년 3월22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이동관(왼쪽)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장관급)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향후 여야 간 인사청문회 난타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이 단단히 벼르는 상황에서 담당 상임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인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방패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들 학폭' 이어 '언론장악' 논란까지"5공 시절로 퇴행"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특보 내정설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들고일어났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정권의 독선, 오만, 횡포가 극에 달했다. 노동자를 상대로 마구잡이 폭력을 휘두르더니, 이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다"며 "MB(이명박)정권 당시 언론장악을 진두지휘했던 인사가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백골단으로 국민을 짓밟고, 땡전뉴스가 판을 치던 5공 시절로 퇴행하자는 것이냐"고 맹비난했습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언론 탄압의 장본인을 다시 불러와서 언론 자유의 생명줄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한탄했습니다.
 
대통령실이 말을 아끼며 사실상 이 특보 내정을 인정하면서 이제 전황은 청문회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들의 학폭 논란 외에 이 특보가 중심에 선 의혹은 '언론 탄압'입니다. 이 특보는 언론 탄압 논란을 낳은 이명박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홍보수석, 언론특보까지 3년5개월간 대언론 관련 업무를 맡았습니다. 
 
지난해 <뉴스타파>는 2008년 12월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실에서 생산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 분석' 문건을 폭로했습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이 특보가 보도지침 등을 내리고 좌파 방송 진행자를 분류해 퇴출 방안을 담은 문건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특보는 그간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왔습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민주당은 "KBS, MBC, YTN 이사들과 사장을 죄다 끌어내리고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미디어법 날치기의 배후 설계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그 결과 수많은 언론인들이 해직됐고 언론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의 지수 또한 끝없이 추락했다"고 언론 탄압 배후로 이 특보를 가리켰습니다.
 
과방위원장 '윤핵관' 장제원최악 땐 청문회 없이 임명
 
청문회에서 언론 탄압 논란에 대한 야당의 송곳 검증이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 특보가 여전히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지적하는 민주당과 옹호하는 국민의힘 간 극한 대립이 예상됩니다.
 
과방위원장이 이달부터 장 의원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 특보를 임명하기 위해 미리 장 위원장을 인선한 게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위원장으로서 청문회 패싱이나 파행 등 제대로 된 진행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야당 측 주장도 나옵니다. 
 
장제원(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당선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윤석열정부 들어 청문회를 '패싱'한 채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승겸 합참의장, 김창기 국세청장 등 4명이 존재합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대립하자 '더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현재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청문을 마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국회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마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더 부여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대통령은 청문회 여부와 상관없이 지명자를 임명할 수 있습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본지와 한 통화에서 "인사청문회장에 오를 대상도 아닌 사람을 지명하려고 한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구석기 인물과 같은 사람으로 정치적 판단이 이미 예전에 끝난 것 아닌가"라며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면직 과정에서 이 특보를 임명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고 현재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임명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청문회 절차가 있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 판단에 따라 지명하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그런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도 "청문회가 열리기야 하겠지만, 중도 합리적 인사가 방통위원장을 해야 되는데 방송 장악을 목적으로 하다시피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 특보는 골수 보수 언론인 출신에다가 과거 이명박정부 시절에 한 역할들이 있으니 민주당은 반길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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