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장애 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수교육 시설 수가 부족하다 보니 웬만큼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한 것입니다.
정부는 특수교육 시설 수를 늘리고 교사들에 대한 인권 감수성 향상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장애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특수교육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준에 이르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특수학교·학급 수 적어 보내기 힘들고 가더라도 전전긍긍…새로 설립하기도 쉽지 않아
15일 특수교육계에 따르면 장애 가진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아이가 교육받을 나이로 성장하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의 수가 적어 교육시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더라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수업 도중 이상 증세를 보이지는 않을지, 이로 인해 교사에게 언어·신체 폭력 등을 당하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 학생들은 의사 표현이 서툰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부모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설령 자녀가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해도 특수학교·특수학급 수가 부족한 만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쉽지 않아 제대로 항의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고문은 "장애 학생들의 경우 일반 학생들처럼 이 학교를 못 가면 저 학교에 가면 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특히 특수학교 학생들은 일반 학교 특수학급에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렵게 들어온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학부모들이 자녀가 부당한 일을 당해도 다른 특수학교를 찾기는 힘들고, 다시 근처 특수학급을 보낼 수도 없기에 늘 약자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의 특수교육 통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수교육 대상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8년 9만780명에서 지난해 10만3695명으로 2년 사이 1만2915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전체 학생 가운데 특수교육 대상자의 비율도 같은 기간 1.4%에서 1.8%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특수교육 환경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특수학교 수는 192곳으로 일반 학교(유·초·중·고) 2만696곳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일반 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도 9056개뿐입니다.
특수학교 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무작정 많이 세울수도 없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특수학교를 혐오 시설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 서울 강서구 옛 공진 초등학교 터에 공립 특수학교를 세우고자 계획했지만 해당 부지에 국립 한방 병원이 들어오길 바라는 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2017년 9월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장애 아이를 둔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한 일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특수학교 설립에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서울시교육청이 겨우 지역 주민들과 협의하면서 2020년에 서진학교가 개교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 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자녀의 교육을 위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여겨 특수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특수학교 설립 추진 설명회에서 서진학교와 나래학교에 들어설 주민 편의 시설을 설명하고 있는 도중 이를 반대하는 주민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특수학급 설치율, 초등학교 높으나 유치원 낮아…정부 "특수교육 환경 개선 위해 노력"
특수학급은 학교급별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지난해 기준 특수학급 설치 비율은 초등학교의 경우 77.1%로 비교적 높은 편이나 유치원은 13.3%밖에 안 됩니다. 중학교는 61.9%, 고등학교는 47.4%입니다. 공립 특수교사 배치율도 2018년 71.9%에서 지난해 83.4%로 높아지긴 했으나 아직 부족합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우리나라 중·고등학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펼치다 보니 일반 학생들의 공부에 방해될까 봐 특수학급을 잘 설치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학교 측에서 특수학급을 설치하지 못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하는 게 남는 교실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 학생들의 질 높은 교육을 위해 운영할 공간은 있고 특수학급을 설치할 공간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교육부는 특수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가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특수학교가 유·초·중·고 모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역 여건·수요에 따라 일부 과정만 운영하는 특수학교나 소규모 특수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은 특수학교 설립 기준이 하나뿐이라 좀 더 다양한 형태의 특수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 학교급별·지역별 격차를 없애겠다"며 "이와 관련해 정책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도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애 학생이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매년 인권 실태조사와 현장 점검 등을 벌이고 있으나 완벽히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면서 "특수학교·특수학급 교원의 인권 감수성 향상과 장애 학생들의 자기 보호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수를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19년 서초구에 세워진 나래학교와 2020년 강서구에 설립된 서진학교에 이어 중랑구와 성동구에도 특수학교를 만들고자 추진하고 있다"며 "일반 학교도 특수학급을 신설하면 평균 1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한다. 서울에 있는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세우고, 모든 일반 학교에 특수학급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여겨 특수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서울 서초구 나래학교로 등교하는 학생을 선생님 등이 환영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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