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국화 품종이 3억원이 넘는 사용료를 받고 베트남 시장에 진출합니다. 이는 화훼 분야 종자 수출 계약으로는 최대입니다.
농촌진흥청은 흰색 대형 국화인 '백강'의 베트남 종자 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해 오는 2029년까지 7년간 3억원의 사용료를 확보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기존 품종인 '백마' 수출이 10여년 동안 3억원의 누적 사용료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이번에는 단일 계약으로만 3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주로 장례용으로 사용되는 흰색 대형 국화는 우리나라와 일본 국화 시장의 70%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큰 품목입니다.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대부분 일본 품종 위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농진청이 지난 2015년 개발한 백강은 1월부터 12월까지 사계절 생산할 수 있습니다. 꽃 색이 깨끗하고 꽃잎이 잘 빠지지 않아 먼 곳까지 실어 나르기 좋고 꽃의 수명도 3∼4주로 일반 국화의 2주보다 2배 가까이 깁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흰녹병 저항성 흰색 대형 국화로 방제를 위한 약제 사용량을 30%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흰녹병은 국화에 돌기를 일으켜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곰팡이병으로 국화 재배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병입니다.
또 백강은 재배 온도가 낮아 겨울철 난방비를 기존 품종보다 20% 정도 아낄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번에 수출 계약을 맺은 베트남은 한 해 15억송이의 국화를 생산해 국내에서 소비하고 일부는 국화 종주국인 일본으로 수출합니다.
베트남은 가정용 화훼 소비문화가 정착돼 꽃 소비가 활발하고 각종 종교 행사에 꽃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수한 품종과 재배 기술, 자본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습니다.
농진청은 올해부터 베트남 화훼 주생산지인 달랏 등에서 백강 재배를 확대한 후 점차 생산 물량을 늘릴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전용실시권이 만료되는 7년 후에는 약 200헥타르(㏊)에서 9000만주(그루)의 생산 규모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베트남에서 재배되는 백강 품종의 1주당 사용료는 3.75원으로 재배 면적이 200㏊까지 확대되면 연간 12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촌진흥청은 흰색 대형 국화인 '백강'의 베트남 종자 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해 오는 2029년까지 7년간 3억원의 사용료를 확보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베트남 내 백강 적응성 시험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백강은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 기준 국내에서 거래되는 흰색 대형 국화의 12%를 차지하는 등 일본 국화인 '신마', '백선'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시장으로 44만송이(3억8000만원)가 수출됐습니다.
다만 겨울철 난방비 부담과 고령화,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생산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수출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국화 수출액은 2010년 1300만 달러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2021년에는 10분의 1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 백강 품종이 재배돼 일본으로 수출되면 기존 일본 품종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국화의 인지도와 경쟁력이 높아져 장기적으로는 국내 화훼 수출 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농진청은 국내 농가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안전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지난 2021년 일본과 베트남에 각각 품종보호출원을 완료했고 별도의 허락 없이는 백강 품종을 무단 번식하거나 유통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한 백강은 현지에서만 판매하고 다른 곳으로 수출할 때는 반드시 농진청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불법 유통을 막을 수 있도록 국내외에서 주로 유통되는 8종의 흰색 대형 국화 품종을 구별하는 분자표지(마커)도 개발했습니다.
이지원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장은 "이번 성과는 국산 국화의 우수성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며 "베트남 현지에 백강을 증식·재배·유통하는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우리 국화의 해외 진출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나겠다"고 말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흰색 대형 국화인 '백강'의 베트남 종자 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해 오는 2029년까지 7년간 3억원의 사용료를 확보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사진 백강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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