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두고 고등교육계의 걱정이 큽니다. 대학 2학년 이상 재학생부터 허용되던 전과를 1학년 학생도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초학문 분야 등 이른바 '비인기 학과'의 경우 학생 이탈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교수의 기본 강의 시간 주 9시간 원칙을 없애고 대학이 자율로 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근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임 교수의 강의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시간 강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대학 1학년 전과 허용으로 '비인기 학과' 붕괴 현상 염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학 학과·학부제 원칙 폐지, 의대 예과·본과 구분 폐지, 대학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 자율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일 고등교육계에 따르면 대학가에서는 정부 개정안 내용 상당수에 대해 동의·환영하고 있으나 일부분을 두고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대학 1학년 학생의 전과를 허용하는 조항입니다.
현재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9조 3항에는 '대학의 장은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2학년 이상인 학생이 같은 학년의 다른 모집 단위로 옮기는 것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의 경우 '2학년 이상' 문구를 삭제해 1학년도 전과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고등교육계는 지금도 인문·사회 계열, 특히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의 학생 전과 비율이 높은데 1학년까지 전과를 할 수 있게 되면 취업에 불리한 이른바 '비인기 학과'의 학생 이탈로 인한 붕괴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목표로 한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기 힘든 성적일 때 일단 가장 경쟁률이 낮은 학과에 입학해 전과하는 방식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걱정 어린 시선도 존재합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학회장은 "기초학문 분야가 학생들에게 인기는 없지만 정말 중요하다. 국가가 나서서 키우고 보호해 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위기만 초래하고 있다"면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학문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는 상태에서 몰아붙이기만 하는 폭거"라고 꼬집었습니다.
교육부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주요 내용.(표 = 교육부)
강의 시간 기준 삭제로 전임 교수 강의량 늘어날 수도…시간 강사 일자리 감소 가능성
교수의 기본 강의 시간 기준을 없앤 조항도 논란입니다. 지금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6조 1항에 따르면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 및 전문대학 교원(학교의 장과 강사는 제외한다)의 교수 시간은 매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매주 9시간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학교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학칙으로 다르게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교수 시간은 매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매주 9시간을 원칙으로 한다'는 부분을 '교수 시간은 학칙으로 정한다'고 수정했습니다. 대학이 전임 교수의 강의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고등교육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임 교수의 강의 시간이 주 9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연구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해져 강의 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고등교육계는 설명합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임 교수의 강의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간 강사가 강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시간 강사들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득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에 따라 억지로라도 기본 강의 시간 기준을 지키고 있던 국립대와 안 그래도 그 기준을 지키지 않던 사립대 모두 마음 놓고 전임 교수들의 수업 시간을 늘리고, 시간 강사들의 수업을 줄여버릴 것"이라며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내용 가운데 교수 기본 강의 시간 주 9시간 기준 삭제·대학 1학년 전과 허용을 두고 고등교육계의 걱정이 큽니다. 사진은 국내 한 대학에서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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