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사들이 학부모 갑질과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과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아동학대 처벌 방지 내용을 담은 법 개정'이 되는 게 우선이라고 꼽았습니다.
학부모 민원 시 도움 받지 못한 교사 28.6%…교육청 지원 경험 1.8%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재발 방지 대책 의견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전교조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유·초·중·고교 교사 1만4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 응답 허용)를 실시한 결과 교사들은 학부모 갑질과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대책으로 '교권 침해 사안 교육감 고발 의무 법제화 등 가해자 처벌 강화'(63.9%)를 가장 많이 선택했습니다. '학부모 인식 제고와 교육 및 서약서 등의 확인 절차'(45.9%), '관리자가 직접 민원에 대응하는 방안'(45.6%)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학부모 민원이 발생했을 때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본 교사의 비율은 상당히 낮았습니다. 학부모 민원 시 경험했던 지원을 묻는 질문에 '동료 교사들의 지원'(65.2%)이 가장 많이 꼽혔고,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28.6%)는 답변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학교 관리자(21.4%)나 교원단체·노조(18.2%)의 지원을 받았다는 응답은 후순위였습니다. 특히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은 1.8%에 그쳤습니다.
송욱진 전교조 전북지부장은 "해당 결과는 민원 발생 시 그 책임이 온전히 교사들에게 부과돼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교육당국은 관리자·교육청의 역할과 책무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전승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재발 방지 대책 의견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도중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우린 아동학대범 아닌 교사, 교육자로서의 열정 학생에게 쏟고 싶어"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극단 선택 사건을 두고 교사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87.5%)였습니다. 뒤이어 '무력감'(75.1%)·'미안함'(68.0%)·'우울'(61.1%)·'자괴감'(59.2%)·'불안'(44.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 활동 중 어려움을 겪었던 항목 1순위는 '부적응 학생 생활 지도'(95.3%)였습니다. 다음으로 '과중한 업무'(87.1%)·'학교 공동체의 지지 및 보호 체계 부재'(84.1%)·'학부모의 과도한 민원'(81.6%)·'부당한 업무 부여'(67%)·'관리자의 갑질 및 무책임한 태도'(62.3%)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과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와 교권 보장을 위해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로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정당한 교육 활동의 아동학대 처벌 방지'(89.2%)를 가장 많이 택했습니다. 이어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교육부 고시에 교사의 생활지도권 구체적 명시'(66.2%)·'학교교권보호담당관(교장·교감), 교육 활동 침해 학생 지도 시스템 및 지원 인력 배치'(43.4%) 순이었습니다.
김지희 부산 사상초등학교 교사는 현장 발언을 통해 "이제 진짜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아동학대범이 아닌 교사다. 교육자로서의 열정을 학부모와 관리자 눈치 보는 데 쓰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쏟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교조는 이날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의 교권 보장을 위한 대책안도 내놨습니다. 대책안에는 △심각한 악성 민원인에 대한 교육감 고발 제도 도입 △학생 민원 창구 관리자로 일원화 △교육부 고시에 교사의 생활지도권 구체적 명시 △교원지위법의 교육 활동 침해 행위에 '교사의 정당한 공무 행위'와 '무고' 명시 △아동학대 범죄 기준에 정당한 교육 활동을 예외 조항으로 명시 △교육 활동 방해 학생의 분리 조치와 생활지도, 관리자 책임제와 교원지위법 등을 관련 법에 명시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을 직접 받지 않도록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고, 교실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하면 바로 조치를 취해줄 수 있는 아동생활담당관을 새로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이 외에도 현재 학교 밖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까지 모두 교사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책무를 줄여주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재발 방지 대책 의견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도중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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