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에게 중대한 11월 정국이다. 동문서답의 기자회견 후폭풍으로 더 어려워진 여당은 대통령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기대한다면서 일단은 단일대오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겨냥한 대야 공세에 주력한다. 이 대표의 선고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은 방탄 여론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표 무죄 탄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장외집회에 힘을 모르고 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김건희특검법도 수정 발의해 특검 관철의 의지를 실질화시키고 있다. 여ㆍ야 모두 자신들의 책임을 상대의 약점으로 뭉개며 버텨온 그들만의 공생구조가 막바지로 가는 듯하다.
여당의 내부봉합과 대여공세 전략은 당정분열이 쉽지 않은 집권 중반기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통령이 민심에 부합하는 수준의 구체적인 쇄신조치를 신속하게 한다는 걸 전제로 했다. 그렇지만 기자회견 당시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리더십 스타일로는 어려워 보인다. 논란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육영수 여사에 견주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인식이 대변해 준다. 유튜브 기자와의 장시간 통화에서 최근 명태균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민에게 자괴감을 주는 행보를 두고, 순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주적 리더십의 기반은 국민의 호응과 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사법리스크의 야당 리더십에 대한 반감 지지가 포함된 것까지 생각한다면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여론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언론의 사설들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통령은 혼자 뛰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국민요구를 받들어야 하는 대의제 권력이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으로부터도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집권 중반의 정권 위기 상황에서 그나마 봉합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여론, 언론, 정당, 모두로부터 고립돼 있다. 그런데 지난 사과 기자회견을 보면 ‘벌거숭이 임금님’이었다. 도편추방(陶片追放)을 자초하듯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다. 검찰 리더십에서 대통령 리더십으로 전환하지 못한 듯하다. 유일한 버팀목이 사실상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처럼 보인다. 이 사법리스크는 공생의 기반이기도 했지만, 비판여론에 대한 자각을 상쇄시킨 독이기도 했다.
야당의 사법리스크는 1심 판결과 더불어 조만간 정리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주장하듯이 정치탄압과 검찰조작에서 비롯된 것인지, 검찰의 기소처럼 범죄였는지 1차로 가름될 것이다. 1심에 불과하고 또 다른 재판이 적어도 2개 이상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정치적 주장을 넘어서는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다. 그런데 1심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이 ‘무죄판결 촉구’ 탄원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퇴진 논란이 나올 정도로 취약한 정권의 약점도 배경에 있다. 그러나 보통 탄원은 죄를 인정하되 정상을 참작해달라는 것이다. 유무죄는 법정에서 다툰다. 이재명 대표도 2016년 국정농단 정국에서 “법률해석은 범죄자가 아니라 판검사가 하는 겁니다”라고 쓰지 않았던가.
국민을 앞에 두고 호통치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의협 회장이 협회에서 탄핵됐다. 자정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우리 정치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진영정치의 전사로 나서고 있다. 그들만의 진영정치가 정치의 품격도 끌어내리고 있다. 대통령에 책임을 묻든, 사법적 판단으로 판별이 되든, 불량정치의 공생구조가 혁파되는 11월이 되길 바란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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