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이 시내버스 운전사가 서울시의 지시로 장애인 활동가들의 버스 탑승을 거부했다며 이를 차별행위로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습니다.
전장연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25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시내버스 업자들이 서울시 지시를 받고 버스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해당 시내버스 업체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장연에 따르면 지난 20일 장애인 활동가의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방문한 뒤 이곳 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운전기사가 “서울시의 지시사항”이라며 버스 탑승을 거부했다는 겁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서초경찰서의 안내에 따라 740번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탑승을 거부당했다”며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니 서울시의 지시사항이며 회사에 지침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20분 이상 실랑이를 벌였다”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에 따라 시내버스 업자들이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심각한 차별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박 대표는 또 “저상버스가 도입돼도 리프트 고장률이 높아 진행하고 있는 모니터링도 막고 있다”며 “모니터링 활동에 대해 범죄를 예방한다면서 저지한 경찰도 인권위에 진정을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법의 최현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법에 의해 교통수단 접근·이용에 있어서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고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장애인 탑승거부 지시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경찰도 장애인 활동가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과잉 대응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인권위가 장애인 차별임을 명확히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대응 매뉴얼 배포만”
서울시는 탑승거부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공지 사이트가 있는데, 지난 20일 장애인 탑승객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배포했다”면서 “장애인 저상버스 탑승의 경우 리프트를 내리고 안전벨트를 확인하는 등의 안내를 담은 매뉴얼일뿐, 버스 시위에 대해 탑승을 거부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장연은 지난 5월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잠정 중단한 이후 지난 12일부터 다시 버스 탑승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종로와 혜화동, 여의도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버스전용차로를 가로막거나 승강장에서 계단버스 탑승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전장연은 기자회견 후 광화문을 거쳐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으로 이동하는 160번 저상버스에서 장애인 이동권 등을 선전하며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혜화경찰서는 마로니에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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