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회한 1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뜨거운 열기를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32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가 미숙한 준비와 운영, 미흡한 대처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당정이 추가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오래전부터 제기된 배수·폭염·폭우 지적을 무시한 예고된 참사이자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생존 게임이냐" 비판에…당정, 늑장 대처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잼버리 개막 하루 만에 400명이 넘는 온열 질환자가 쏟아졌습니다. 지난 3일엔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가 1486명에 달했습니다. 지난 4일 0시 기준 총 참가 인원은 155개국 3만9304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준비는 안일했습니다. 대회 시작 당시 병상은 50개에 불과했고, 폭염 대책도 덩굴 터널과 수도 시설이 전부였습니다. 온열환자가 속출하면서 병상은 개막 하루 만에 부족해졌고, 대다수의 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당정은 지난 4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냉방 대형버스와 냉장 냉동탑차 무제한 공급 등 전 부처의 총력 대응을 주문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온열 환자 속출 사태 대응을 위한 69억원의 예비비 지원을 지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후 2시간 만에 예비비 지출안을 재가했습니다.
당정이 발표한 추가 대책은 △전기 공급 용량 증설 △쿨링텐트 버스 신규 보급 △추가 의료인력·물자 즉시 투입 △역내·외 활동 및 K-팝 콘서트 등 다중밀집 행사 대비 안전대책 수립·시행 △양질의 식사·깨끗한 화장실 및 샤워실 제공 등입니다. 국방부도 의료인력 40여명과 안내 및 지원장병 200여명 온열질환 치료 의약품 등 의료물자, 야전침대 등 군수물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병원에 119 구급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 망신살 뻗쳤는데…여당 '전 정권 탓'
잼버리 행사는 예고된 참사입니다. 지난 2017년 개최가 결정된 후 6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는데, 이미 배수 문제와 폭염·폭우가 예상됐습니다. 개최 3개월을 앞둔 5월 잼버리 부지는 이미 폭우로 물에 잠겼고 폭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지난 6월 16~18일 리허설격으로 열린 '작은 잼버리' 대회에서도 폭염과 호우, 화장실·샤워실 등의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당정 역시 행사 사흘째가 돼서야 관련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잼버리 대회 준비 상태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전북 부안에 지역구를 둔 이 의원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폭염이나 폭우·비산 먼지·해충 방역·감염·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그리고 영내·외 프로그램을 정말 점검하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의원은 "이런 것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전 세계의 청소년들과 전 세계가 다 바라보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잼버리 대회가 전 세계 웃음거리로 전락했지만, 여당은 난데없이 '전 정권 탓'을 들고 나왔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새만금 잼버리는 전라북도의 숙원사업이었고, 문재인정부에서 유치하고 윤석열정부가 개최한 행사"라며 "일각에서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정쟁의 소재로 삼으려는 움직이 보이고 있다. 정쟁으로 변질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잼버리 상황만 봐도 이미 경고 메시지가 수차례 울렸는데도 대응하지 못했다"며 "행정부부터 대통령까지 이어지는 1~3단계의 경고 메시지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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