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부품계열사, 전장 중심 매출 다변화 속도
올 상반기 삼성전자·애플 의존도 전년보다 심화
"가동률 상향" 삼성전기, 전장용 MLCC 제품 비중 확대
"전장부품, 새 성장 축" LG이노텍, 상반기 매출 19.8%↑
2023-08-28 16:43:43 2023-08-28 17:43:25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국내 주요 전자부품업체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 성장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시장 공략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양사의 올해 상반기 최대 고객사 매출 의존도가 1년 전보다 확대된 가운데 이제 모바일을 넘어 전장 시장으로 매출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삼성전기·LG이노텍, 올 상반기 삼성전자·애플 매출 의존도 심화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관련 매출(종속회사 포함) 비중은 36.3%(약 1조53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상반기 32.2%(1조6339억원)보다 4.1%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지난 한 해 32%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 상승 추세입니다. 지난 1분기에는 1년 전보다 8.2%포인트 증가한 41.1%(8314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거래처 매출 비중을 높이려 힘썼습니다. 그 결과 2020년 말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33.7%에 달했지만 1년 후인 2021년 말 28.6%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샤오미 매출 비중은 10%를 넘어서며 삼성전기의 사업보고서상 주요 매출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중국 현지 수요가 급감한 이후 올 상반기까지 샤오미의 이름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사진=삼성전기
 
같은 기간 LG이노텍도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회사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에서 발생한 매출은 약 6조221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매출(8조2831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1%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전체 매출(5조5244억원)에서 애플 매출이 차지한 비중(72.2%)과 비교하면 3%포인트가량 늘었습니다.
 
특히 애플과 관련 깊은 광학솔루션사업부 매출은 다른 사업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납품을 담당하는 해당 사업부 매출은 올 상반기 6조626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합니다. 1년 전인 지난해 상반기 77%(5조8920억원)와 비교해 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광학솔루션사업부 매출 비중은 2020년 74%, 2021년 79.3%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81.5%로 집계되며 사상 처음 80%를 돌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특정 고객사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이유를 두고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스마트폰 등 IT 수요 약세가 이어지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 달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출시가 예고된 만큼 LG이노텍의 애플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부품사 입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과 같은 대형 고객사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용이하지만 고객사의 실적 부진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받기 쉽다"이라며 "특정 고객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침체기를 겪는 모바일 시장을 넘어 전장 시장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 단일 고객사 의존도 낮추기 나섰습니다.
 
LG이노텍 구미사업장. 사진=LG이노텍
 
삼성전기·LG이노텍, 모바일 넘어 전장으로 사업 다변화 추진
 
우선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분야에서 전장용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차량용 MLCC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입니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올해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은 지난 2021년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삼성전기에서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 가동률도 올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65%에서 4분기 58%로 내려갔지만 올해 1분기 59%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올 상반기 기준 평균 가동률은 64%에 달합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부터 전기차·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전장용 파워인덕터 양산도 시작했습니다. 삼성전기가 '제2의 MLCC'로 불리는 전장용 파워인덕터를 양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파워인덕터는 전류의 급격한 변화를 막아 자율주행 정보를 처리하는 반도체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부품으로 주로 자율주행 전기차 카메라에 탑재됩니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한 대에 필요한 파워인덕터는 100여개가 넘고,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쓰인다"며 "오는 2030년에는 자동차에 필요한 파워인덕터 탑재 수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G이노텍도 차량 카메라 등 전장 사업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앞서 정동철 LG이노텍 사장은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량 카메라와 라이다, 파워 모듈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올 상반기 LG이노텍의 전장부품사업부(모터·센서, 차량통신 등) 매출은 1년 전인 지난해 상반기(6442억원)와 비교해 19.8% 증가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차량용 조명 모듈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전기차용 파워 부품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장부품사업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8.4%에서 올해 상반기 9.3%로 0.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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