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수난기)②특명, 아시아를 넘어라
해외·로열티 매출이 전체의 35%
"새 콘텐츠 꾸준히 선보이고 IP 확장"
2023-09-05 06:00:00 2023-09-05 09:12:0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 굴지의 게임사 엔씨소프트(036570)가 유독 서구권에선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말 공개될 콘솔·PC 게임인 '쓰론 앤 리버티(TL)'가 세계 시장 입지를 넓히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엔씨는 아직 서구권에서 취약합니다. 올해 2분기 매출 4402억4600만원에서 한국 매출이 2851억1200만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를 아시아(874억4400만원)가 이었는데요. 북미·유럽 매출은 아시아의 절반도 안 되는 314억14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엔씨 웨스트 소개 화면. (사진=엔씨 웨스트 웹사이트)
 
아시아 넘어 세계 시장 확장 '숙제' 
 
아시아 시장은 모바일과 PC 게임이 강세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게임백서'를 보면, 2019년 450억5800만 달러였던 아시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올해 684억1500만 달러로 오를 전망입니다. 같은 기간 136억9600만 달러에서 213억9000만 달러로 예상되는 북미에 비해 성장폭이 높습니다.
 
반면 북미와 유럽에선 콘솔 게임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합니다. 2021년 북미 시장에서 콘솔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로 가장 높았습니다. 유럽 시장에서도 콘솔 게임 규모가 37.7%로 가장 컸습니다.
 
세계 콘솔 게임 시장 비중은 미국이 35.8%로 1위, 영국이 11.2%로 2위, 일본이 9.4%로 3위입니다. 이 밖에 프랑스(7.9%)와 독일(5%), 이탈리아(3.9%)와 캐나다(3%) 등 서구권이 콘솔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플랫폼을 통틀어 미국 시장이 중요합니다. 2021년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이 22%로 1위로 484억3100만 달러 규모입니다.
 
한국 시장 규모는 4위지만, 비율로 보면 7.6%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서구권에서 중요한 콘솔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7%로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엔씨도 해외매출 비중을 늘려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요. 올해 2분기 엔씨소프트의 '해외 및 로열티' 매출은 전체의 35%를 차지했습니다. 해외 매출 비중이 19%인 위메이드(112040)보다 높지만 79%인 펄어비스(263750), 86%인 넷마블(251270)에 비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적자' 엔씨 웨스트에 책임론 대두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북미 시장 서비스를 담당하는 엔씨 웨스트 홀딩스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인데, 아직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습니다. 엔씨 웨스트 홀딩스는 엔씨소프트의 해외 전략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데, 대표이사직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의 배우자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 사장이 겸하고 있습니다. 
 
2012년 세워진 엔씨 웨스트는 현재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엔씨 웨스트 영업손실액은 233억6944만6000원입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는 40억1266만원입니다. 엔씨 웨스트는 리니지M과 블레이드 앤 소울, 길드워 1·2, 아이온, 리니지2를 서비스합니다.
 
엔씨 웨스트는 올해 초 인력 감축 등 조직개편 후 '길드워' 등 현지 IP(지식재산권) 확장과 운영, 미래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엔씨는 올해 출시 11년을 맞은 '길드워2'의 네 번째 확장팩 '시크릿 오브 디 옵스큐어'를 지난달 22일 출시한 상황입니다.
 
기대작 TL 있지만 해외 매출 극적 개선 '글쎄'
 
이밖에 연말에 공개될 엔씨의 올해 최대 기대작이자 콘솔·PC 도전작인 TL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경우 해외 매출 비중 개선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만 엔씨의 올해 최대 기대작인 TL은 아마존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엔씨 웨스트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엔씨 설명입니다. 또한 TL은 MMORPG라는 점에서 서구권 개척에는 장르적 한계가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학계에선 엔씨가 해외에서 통할 전략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합니다. 리니지로부터 계승할 점으로는 게임성 자체보다는, 국내에서 오랜 세월 게이머와 소통해오며 게임을 만들어냈던 경험을 지목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창조하는 도전정신, 그리고 게이머들과 적극적 소통이 바탕이 될 때 서구권에서 엔씨의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입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늘의 엔씨를 있게 한) 리니지는 국내 사용자의 피드백으로 각종 패치와 업그레이드를 하며 진화했기 때문에 해외에 적합한 구조는 아니다"라며 "해외 사용자 저변을 크게 확보한 다음 사용자 피드백을 다시 받아 패치와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지며 더 인기를 끌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TL을 통한 콘솔 진출에 대해서는 "기존 리니지보다 완성도 높은 게임이 나올 예정이므로, 해외 게이머 가운데 한국 게이머와 비슷한 사람들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된다"면서도 "레거시가 있으면 '창조적 파괴' 같은 전환이 어려운데, 엔씨가 그걸 극복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엔씨 관계자는 해외 실적 상승 방안에 대해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는 동시에 IP 확장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MMORPG 장르로 PC와 콘솔을 지원하는 TL, 캐주얼 퍼즐 장르 모바일 게임 '퍼즈업', 콘솔과 모바일로 즐기는 난투형 대전 액션 장르 게임 '배틀 크러쉬' 등 장르와 플랫폼을 다변화한 신작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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