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던 리니지 시대에 노란불이 켜졌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성공 이후 너도나도 리니지형 MMORPG 출시에 나서면서 시장이 갈수록 좁아진 탓입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 대응과 신성장 동력 확보, 해외 시장 개척 등 과제도 수두룩합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엔씨가 당면한 위기를 어떤 도전으로 극복하려 하는지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가 주류인 한국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요 업체들은 레드오션이 된 국내 모바일 시장을 넘어 서구권 공략을 위한 콘솔 패키지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036570)도 사반세기 성장을 이끌어 온 PC판 MMORPG '리니지'와 모바일판 '리니지M'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콘솔 게임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게이머와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은데요. 엔씨는 '리니지라이크' 시장 속 후발주자 견제와 서구권으로부터 작품성 인정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분투 중입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MMORPG 범람에 '부담'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최근
웹젠(069080)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웹젠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아낸 후 2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카카오게임즈(293490)와 개발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자사 게임 '리니지2M'을 모방해 '아키에이지 워'를 서비스했다며 같은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엔씨 관계자는 리니지라이크 소송에 대해 "너무 똑같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는데요. 업계에선 엔씨의 소송이 '리니지라이크'로 격화된 MMORPG 시장 경쟁 속 후발주자들에게 던지는 경고 성격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시장은 MMORPG 홍수입니다. 모바일인덱스를 보면, 1일 기준 구글 매출 상위 10개 게임 가운데 8개가 이 장르입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M과 '리니지W', 리니지2M 등 리니지 IP 작품만 세 개입니다. 이들 작품이 1위와 3위, 6위를 차지했습니다. 엔씨가 카카오게임즈 상대로 소송을 낸 작품인 아키에이지 워는 7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엔씨 실적은 줄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엔씨 영업이익은 35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7%, 전년 동기보다 71% 줄었습니다.
모바일 게임 매출도 1분기 3308억원에서 2분기 2969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리니지M이 1301억원에서 1278억원, 리니지W가 1226억원에서 1028억원, 리니지2M이 731억원에서 620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블레이드 & 소울 2'는 50억원에서 43억원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소송이 리니지라이크 시장 포화를 막을 수는 없을 전망입니다. 법원이 리니지M의 완전한 창작성을 인정한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부는 엔씨가 리니지M 내 요소를 선택·배열·조합한 노력을 웹젠이 'R2M'에 옮겨와 부정 경쟁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리니지M을 구성하는 각 요소는 앞서 존재한 게임을 변형·차용한 것에 불과해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리니지라이크'라 해도 게임 내 요소들을 다르게 배열·조합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면, 엔씨가 아무리 표절을 주장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런 와중에 MMORPG 홍수는 계속됩니다. 그라비티의 횡 스크롤 MMORPG '라그나로크 비긴즈', 웹젠의 '뮤 모나크'가 연내 출시 예정입니다. 컴투스홀딩스 '제노니아'도 10월 출시 100일 기념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쓰론 앤 리버티 배경화면. (사진=엔씨소프트)
'확률 아이템 규제' 속 장르 다변화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도 엔씨의 변화를 부추깁니다. 기존에 자율 규제로 관리되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 산업진흥에 관한 법(게임산업법) 33조 2항이 2024년 3월22일 시행됩니다. 게임사들은 해당 조항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 정보 등을 게임물과 웹사이트, 광고물에 표기해야 합니다.
엔씨는 기존 MMORPG 후발주자 견제와 콘솔 시장 개척이 시급합니다. 우선 연말 국내 출시 예정인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로 콘솔·PC 점유율 확보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엔씨 내부에서 TL의 매출 견인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습니다. 엔씨는 지난달 9일 2분기 실적 설명 컨퍼런스콜(다중전화회의)에서 TL에 대해 "기존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해서 기록적인 매출을 보여드리는 건, 장르 상 그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엔씨는 TL에서 페이 투 윈(P2W) 요소를 줄이고 PvP(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비강제, 자동사냥 삭제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P2W에 부정적인 서양 게이머와 '탈 리니지'를 기대하는 기존 게이머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장르 다변화도 진행 중입니다. 엔씨는 퍼즐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를 연내 출시합니다. 내년에는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와 수집형 RPG '블레이드 & 소울 S', 실시간 전략 게임(RTS) '프로젝트G' 등을 순차 출시할 계획입니다.
엔씨는 콘솔 시장 도전과 장르 다변화가 당장의 매출 견인보다는 긴 호흡으로 새 먹거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봅니다. 우선 그 첫 단추인 TL의 담금질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엔씨 관계자는 "아마존게임즈가 진행하는 현지 CBT(클로즈 베타 테스트)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진행하게 되는 것으로 안다"며 "CBT 결과 등을 참고해서 이용자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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