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폭발 위험이 적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할지 주목됩니다. 전고체 배터리 가격이 높아 초기 시장 형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기술 개발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1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세계 전고체전지 시장규모는 2022년 약 2750만 달러(약 350억원)에서 연평균 18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2030년 약 400억 달러의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인화성 액체전해질과 분리막 대신 불연, 난연성 고체전해질을 적용해 이온전도체인 전해질과 동시에 분리막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1970년대 후반 처음 제시됐습니다.
그간 고체전해질 위주로 학문적인 주제로만 연구 되다가 일본 토요타가 2010년 황화물 고체전해질을 사용한 전고체 전지 시제품을 공개한 뒤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주행거리 길고 안전성 높은 강점
전고체 배터리의 특징은 1회 10분 충전으로 1000km에 달하는 주행을 할 수 있는 데다가 화재 위험성도 적습니다. 지금까지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kg당 250Wh 수준입니다. 현재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긴 차종은 약 500~600km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속 충전으로 80%만 충전할 수 있고, 겨울철에는 주행거리가 30~40% 감소해 체감 주행거리는 줄어듭니다.
자동차 배터리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성능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필요로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이용하면 방전되거나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화재 이슈는 항상 따라다니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전고체 배터리(출처=삼성SDI)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폭발 및 발화 특성이 없어 안전성이 우수합니다. 고체 전해질은 온도 변화에 따른 증발이나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부피팽창이 발생하지 않고, 열과 압력 등 극한 외부 조건에서도 정상 작동할 수 있습니다.
높은 에너지 밀도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가 셀 사이에 두꺼운 분리막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고체 전해질 층 사이에 단락이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얇은 분리막만 필요로 합니다.
실제 액체 전해질 배터리의 실리콘 함량은 10~15% 수준이지만,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이를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주행거리도 1회, 1분 충전으로 120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또한 고출력이 가능합니다. 액체 전해질과 달리 리튬이온이 용매와 분리되는 탈용매 반응이 불필요합니다. 충방전 반응이 곧 고체 내 리튬이온의 확산 반응으로 반영돼 높은 출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장 경쟁 치열, 비용은 '걸림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다만 높은 가격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았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사용 비율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SNE리서치는 △2022년 2.1기가와트시 △2024년 13기가와트시 △2026년 40기가와트시 △79.2기가와트시 △2030년 160.1기가와트시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경기도 수원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완공하고, 하반기에 시제품 생산에 돌입할 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와 황화물계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기술 난이도가 낮은 고분자계 배터리를 우선적으로 개발합니다. 오는 2026년 양산이 목표이고, 2030년 이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입니다. SK온은 2025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는 2029년 양산 돌입이 목표입니다.
배터리 업계만 뛰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주요 완성차 업체도 전고체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직접 전고체를 개발해 전기차 부품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아낄 계획입니다.
현대차는 스타트업, 대학 등과 협업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9조5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배터리 성능 향상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토요타는 지난 2020년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 개발 중입니다. 주행거리 20% 이상, 충전 시간 10분 이하 등 성능을 확보해 2027년~2028년 기간 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높은 가격은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제조 가격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2026년 1kWh당 400~600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리튬이온배터리는 1kWh당 156달러입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통해 배터리 업계에 전적으로 부품을 의존하지 않으려는 차원의 개발 동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아 EV6 E-GMP모습(사진=현대차)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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