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에스토니아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주식 파킹 의혹' '청문회 중도 퇴장' 등의 논란에 휩싸였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자진 사퇴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란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서 확인된 민심 이반에 놀란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결백' 호소한 김행 "불법 결코 없어"
김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후보자직을 자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신의 자진 사퇴 이유로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큰 격차로 패배한 것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늦게까지 강서구 보궐선거를 지켜봤다"며 "저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전에 국민의힘 당원이다.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위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또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누가 돼 죄송하다"며 "본인의 사퇴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그는 자신이 창업한 소셜뉴스, 소셜홀딩스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주식 파킹', '배임'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 불법을 저지른 적은 결코 없다"며 "제게 주어진 방법으로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신원식 국방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지만, 이들과 같은 날 지명됐던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지 않으면서 여론을 살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이 보궐선거에 참패하자 김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도 사실상 윤 대통령의 지명 철회 압박에 따른 행보로 보입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거 참패 이후 국정기조 전환 '주목'
현 정부의 이른바 '인사 리스크'는 여러 차례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온 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령' 등 의혹에 낙마했고, 후임자인 박순애 전 부총리는 만취 음주운전 적발 전력이 구설에 오른 가운데 준비 안 된 '취학연령 만 5세' 정책 공개 파문으로 임명된 뒤 한 달여 만에 물러났습니다.
또 의료인 출신으로 눈길을 모았던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소속 당시 자녀의 연이은 의대 편입학 정황으로 논란이 됐고, 이어 후임자였던 김승희 전 의원도 국회의원 시절 정치 자금법 위반 논란 등에 휩싸이며 자진 사퇴했습니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지명된 지 일주일 만에 과거 성희롱성 발언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어 검찰 출신인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임명된 지 28시간 만에 물러났습니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윤 대통령이 앞으로 정부와 대통령실 내 '인적 쇄신 작업'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우선 대통령실의 경우,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교체 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와 함께 '이념 중심'에서 '민생 중심'으로, '일방향 소통'에서 '야당과 협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국정 기조로 전환할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힙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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