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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8일 16:5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통가 판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신흥 유통강자인 쿠팡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116억3841만달러(한화 약 15조원)를 기록하면서 전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신세계와 격차를 좁혔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상반기 총 매출액 17조5458억원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마트·롯데·쿠팡으로 이어지던 업계 순위가 쿠팡·이마트·롯데 순으로 변경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위기를 느낀 오프라인 강자들이 대대적인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빨라진 인사 시계다. <IB토마토>는 유통가에 부는 인사태풍과 그에 따른 유통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신세계(004170)그룹이 정기인사를 앞당기면서 롯데그룹 역시 이른 인사 발표에 나설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코로나19 확산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매출액이 역성장세를 보이면서 롯데쇼핑 역시 경쟁사인 신세계그룹과 같은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롯데그룹 측은 아직 인사 시기와 규모 등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본사 전경. (사진=롯데쇼핑)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정준호 부사장, 연임 가능할까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통상적으로 11월 말에서 12월 중순에 정기 인사를 단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쟁사인 신세계가 대표이사의 40%를 바꾸는 정기인사를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단행하면서 롯데그룹의 정기인사 시기와 규모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023530)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이사 부사장 등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상황인 만큼 교체 가능성이 높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와 정준호 백화점사업부 대표는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선임됐다.
두 사람 모두 '비롯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회장은 2015년 홈플러스가 엠비케이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부회장을 지냈다. 이외에 P&G 아세안 총괄사장, DFI 홍콩 싱가폴 법인 대표를 역임했다. 롯데의 유통 사업군을 외부인사가 맡게 된 것은 김 부회장이 처음이다.
정 대표의 경우 2010년 신세계인터내셔널 해외패션 본부장을 거쳐 2014년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부사장을 역임한 외부 인사다. 롯데와 인연이 닿은 건 지난 2019년 롯데 GFR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로, 지난해 정기인사를 통해 롯데쇼핑 백화점사업 대표를 맡게 됐다.
그동안 롯데의 경우 내부 인사를 기용하는 이른바 '순혈주의'를 지켜왔으나, 지난해부터는 외부인사를 대표이사 직에 임명했다. 최근 수년간 오프라인 유통업계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체질개선을 단행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소폭 줄었으나 전반적인 실적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롯데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연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액 줄어도 수익성은 개선…다만, 홈쇼핑 등 자회사가 '발목'
실제로 롯데쇼핑 매출액은 최근 소폭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5조4760억원으로, 직전연도(15조5736억원) 대비 0.6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076억원에서 3862억원으로 86.03% 급증했다. 이에 영업이익률 역시 1.33%에서 2.50%로 개선됐다.
올해 들어서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상반기 기준 16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431억원) 대비 14.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6727억원에서 7조1838억으로 6.37% 감소했지만,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87%에서 2.28%로 올랐다.
이 같은 수익성 개선은 원가 비중 축소 등의 효과로 풀이된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원가 비중은 올해 54%로 지난해 동기 56.67% 대비 약 2.67%포인트 줄었다. 이는 롯데쇼핑이 지난해부터 마트와 슈퍼의 통합 운영으로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상품코드 통합을 시작으로 원가 절감, 품질,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온 효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롯데쇼핑은 지난 2020년부터 마트·백화점·슈퍼 등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는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홈쇼핑,
롯데하이마트(071840), 컬처웍스(영화상영업) 등 자회사의 실적 부진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연결기준에서 별도 기준을 제외한 자회사 실적만 보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하이마트는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180억원을 기록하며 이커머스(412억원) 다음으로 영업손실이 가장 높았다.
이에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와 나영호 이커머스 사업부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특히 남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이나, 올 상반기에도 사업 실적이 악화일로를 겪으면서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롯데는 임기가 짧은 만큼 연임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면서도 "최고경영자(CEO) 등은 실적으로 평가받는 자리인 만큼 경영 성과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것"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신세계와 롯데그룹의 사업구조는 다르다"라며 "인사 발표 예정일과 규모에 대해서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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