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대그룹, 총수일가 밀어주다 빚에 '허덕'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계열사들, 자본잠식 빠지거나 부채비율 높아
부영·효성, 30대그룹 중 자본잠식·부채비율 200% 이상 부실계열사 가장 많아
전문가들 "부실계열사에 대한 그룹 자금지원 '프로핑' 심각"
2023-10-26 06:00:00 2023-10-26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30대그룹 계열사들 중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는 곳들을 주목하면 특징이 포착됩니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0%를 넘는, 사실상 개인회사들이라는 점입니다. 30대그룹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돕다가 과도한 빚에 시달리게 됐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서울 용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전경. 주요 기업체 건물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일가의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와 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대상으로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기업들이 총수일가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규제를 합니다.
 
공정위가 규정한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는 세부적으로 △정상거래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 △총수일가 또는 특수관계인과 현금이나 기타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 거래 등입니다.
 
취재팀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 간 30대그룹에 포함된 이력이 있는 34개 기업집단을 전수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 지배력이 높은 계열사들이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공통점이 확인됐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부영, 3년째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 자본잠식 계열사 최다 보유 
 
우선 2020년 기준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이면서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은 △부영(3개) △CJ(2개) △현대자동차·롯데·GS·카카오·하림·효성(1개) 등입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는 △부영(3개) △현대자동차·CJ·하림·효성(2개) △롯데·GS·카카오(1개) 등이 해당됩니다. 2022년엔 △부영·CJ(3개) △현대자동차·하림(2개) △GS·카카오·두산·중흥건설·효성(1개)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이면서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집단은 '부영'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는 부영 계열사 중 △남양개발 △남광건설산업 △한라일보사가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부영·효성, '총수지분율 20% 이상' 부채비율 200% 넘는 계열사 최다 보유
 
아울러 2020년 기준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이며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부실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은 △효성(9개) △부영(7개) △현대자동차·GS·LS(2개) △삼성·한화·HD현대·CJ·카카오·두산·미래에셋·금호아시아나·하림·교보생명보험(1개) 등입니다.  2021년엔 △효성·부영(6개) △GS·HD현대·CJ·하림(2개) △삼성·현대자동차·카카오·두산·미래에셋·금호아시아나·교보생명보험(1개)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2년에는 △부영(7개) △효성(5개) △GS(3개) △CJ·하림(2개) △현대자동차·한화·카카오·LS·금호아시아·중흥건설·셀트리온(1개)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이면서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집단은 부영과 효성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부영 계열사 중에선 △㈜부영 △부강주택관리 △동광주택산업 △대화도시가스 △남양개발 △남광건설산업 △한라일보사가 해당됩니다. 같은 기간 효성 계열사 중에선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에스 △효성첨단소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5월23일(현지시간)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영·효성, 사익편취 혐의로 공정위 재제 이력
 
그런데 공교롭게도 부영과 효성 모두 꾸준히 사익편취가 문제된  바 있는 기업집단입니다. 공정위는 올해 5월 부영이 계열사 부영엔터테인먼트의 유상증자에 유리한 조건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통해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한 행위를 문제 삼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6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효성도 2018년 공정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습니다. 조현준 회장의 개인 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경영난에 처하자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입니다. 
 
전문가들은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계열사가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것에 대해 사익을 최대로 편취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수일가가 뭔가를 빼돌리기 위해서 회사를 하나 만들고 자본이 잠식될 정도로 가져갔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면서 "사익편취도 문제지만, 재벌그룹이 총수일가를 챙기려고 자사의 핵심 역량과 관련이 떨어지는 쪽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는 '비관련 다각화'가 특히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적이 안 좋은 기업들은 오너 경영에서의 난점이 나타난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오너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이지 못했다면 기업가치가 충분히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예를 들면 총수 본인들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특정 계열사를 부당지원한다든가, 기업 자원을 투자하는 데 있어 적정하지 않은 쪽으로 판단하다든가, 이런 것들이 특히 오너 경영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라고 짚었습니다.
  
당국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재벌 전문가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특정 계열사에 대해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당한 이익을 챙겨주는 사익편취만 문제가 아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밀어주는 '프로핑(Propping)'도 사익편취에 해당한다"면서 "앞으로 재벌은 부당거래보다 프로핑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공정위는 효성이 진흥기업을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이 경우 프로핑에 관해선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며 "장차 프로핑 문제가 심각해절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내지 사익편취 대상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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