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궁색한 변명 찾고 계신가요"
2023-11-06 06:00:00 2023-11-06 06:00:00
무역의 균형적 발전과 무역입국의 의지를 다짐하기 위해 제정한 대한민국 기념일이 있습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무역의 날’. 2023년 12월 5일 60주년 무역의 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제59회 때 세계 6위 수출 강국 반열의 외침이 무색하게 8위로 추락한 한국경제호의 실상은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한 자릿수의 다른 나라보다 마이너스 두 자릿수를 차지한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의 참상을 보면 세계경제의 악화만을 탓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무역수지 세계 5위 타이틀은 뒤에서 8번째인 200위로 추락하면서 109위를 차지한 북한보다 못한 상반기 무역 성적 꼬리표는 처참 그 자체입니다.
 
하반기 여건은 어떨까요. 1년의 장고 끝에 지난달 수출이 역성장을 벗어났지만 기저효과 이상의 회복세로 단언하기엔 신중론이 앞서고 있습니다.
 
-12.7%, -12%, -9.7%. 이는 올해 1·2·3분기 기간 동안 써내려간 분기별 수출증가율의 참상입니다. 4분기를 알리는 10월 첫 수출 성적이 반짝 반등했지만 감소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5.8%의 기저효과를 ‘수출 플러스’로 포장한다는 눈총만 나올 뿐입니다.
 
정부는 4분기 회복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상저하고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남은 두 달을 포함해 4분기 반등이 이뤄졌다고 가정합시다. 
 
지난해 10% 하락세를 맞은 4분기 마이너스 성적과 비교한 기저효과를 플러스 요인이라고 자화자찬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안팎의 시선입니다.
 
반도체만 회복된다면 역대 최대수출이라는 궁색한 변명거리만 또 다시 늘어놓지 않을지 한숨만 나옵니다. 결국 수출 참상의 면피를 위해서는 연간 수출 성적 중 남은 4분기 동안 12% 이상의 플러스 성적을 받아야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현 추세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올해 4분기 전망치는 4~5%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섯 분기 만에 수출 증가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 내용에는 ‘지난해 4분기 기저효과 영향’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60주년 무역의 날’ 메시지에는 올해 ‘달러’ 달성을 강조한 어조가 나올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예상하기론 해마다 주창했던 ‘수출 ○○○달러 달성’의 표현에서 ‘수출 플러스’ 달성만 주창하지 않을까요.
 
불안 환경은 중국 경기 둔화 리스크와 고금리·고유가 리스크만 있을까요. 강달러와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방어에도 잡히지 않는 환율 불안과 외환보유액 하락세는 셈법만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엔화가치 약세의 변수 등 차익실현은커녕 막기조차 어려운 현실로 치닫는 리스크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9월 생산·소비·투자 지표도 지난 5월 이후 넉 달 만에 트리플 증가를 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경기 흐름이 밝지 않다고 말합니다.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원화 환율 불안정’,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을 난제로 토로하고 있습니다.
 
건설 경기도 악화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된 민관 합동 건설투자사업, PF 조정위원회가 10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물가는 어떨까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3개월 연속 3%대 오름세로 4%대 상승을 목전에 두고 있죠.
 
물가 낙관의 된서리에 정부가 부랴부랴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한 걸 보면 정부 말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심까지 생깁니다. 세수추계에 이어 물가전망치도 틀리는 걸 보면 그냥 무지에 가까운 듯합니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은 빚더미에 시달리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108.1%로 세계 2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부양책을 강구하지 않고 재정건전성만 주창하는 사이 국민들이 빚 앞에 등 떠밀린 결과입니다.
 
역대 최고 고용률이라고 자평한 정부의 입김에도 20~30대 ‘쉬었음’ 인구만 70만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10명중 3명이 원하는 일자리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올해 경기 불황으로 도소매업 종사자인 40대 자영업자도 줄고 있습니다. 장사도 어려워 알바를 못 쓰는 나홀로 사장님도 15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코로나19발 생활고로 어쩔 수 없이 받았던 ‘코로나 대출’이 소상공인 목줄 겨누는 사이 은행들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입니다.
 
정부의 재정 역할 중 하나인 소득 재분배 기능은 보이지 않고 수백원으로 늘린 대통령 순방 예산 소식에 서민들 시선이 곱지 않은 게 당연합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4%를 달성은 어떨까요. 지난해 4분기 역성장 이후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지만,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1%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01년 5.4%, 2011년 3.8%, 2016년 2.9%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내년 1.9%, 1.7% 전망치는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이쯤 되면 글로벌 경제 탓, 전 정부 탓만 할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 무지’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정부 역할을 더는 멈춰선 안 됩니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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