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4법' 마련됐지만 변화 느끼지 못하는 교사들
개별 학교, '교권 보호 4법' 반영된 학칙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경우 많아
교원단체 "교육당국이 명확한 지침 내리고, 추가 입법과 제도 보완도 해야"
2023-11-06 15:58:55 2023-11-06 17:44:28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교권 보호 4법'이 마련됐지만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별 학교에서는 아직 '교권 보호 4법'을 반영한 학칙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교원단체들은 교육당국이 제도 안착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추가 입법과 제도 보완도 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교사 55.3%, '교권 보호 4법에도 학교 변화 없다' 응답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 '교권 보호 4법'으로 불리는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해당 법안에는 교원이 정당한 생활지도를 했을 경우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렇게 '교권 보호 4법'이 마련된 지 한 달 이상 지났으나 교사들은 학교 현장이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교육부가 9월 1일부터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고시)도 시행하고 있지만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범위 등 세부적인 부분은 학칙에서 정하도록 위임한 내용이 많아 아직 개별 학교는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교육부는 각 학교가 다음 달 말까지 학칙을 개정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교권 보호 제도가 마련됐지만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했을 경우 누가 어떻게 지도할지, 학부모 민원 응대는 어떤 단계를 거치도록 할지 등 쟁점이 되는 사항에 대해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 지금도 이전과 똑같이 수업하면서 학부모 민원도 상대하고 있다"며 "법이 개정됐다고 해서 지금 당장 변한 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 54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권 보호 4법 개정과 고시 시행 이후 학교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5.3%가 '변화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변화가 없다고 느낀 이유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응답이 28.4%로 가장 많았고, '인력·예산 등 교육부·교육청의 지원 부족'(16.4%)·'학칙 미개정으로 인한 학생 생활지도의 한계'(15.8%)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 54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권 보호 4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학교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자가 55.3%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표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아직 학부모 민원·아동학대 신고 두려워…후속 조치 나서야"
 
교원단체들은 한목소리로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합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각 학교가 학칙으로 세부 사항을 알아서 정하도록 내버려 둘 게 아니라 명확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교권 보호 4법'의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추가 입법과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교사들은 아직까지 학부모의 민원이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 등을 즉각 개정하고, 문제 행동 학생 분리와 학교 민원 대응을 위한 별도 인력 지원·학칙 표준안 마련 등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도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했는데 해당 행위를 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현장의 요구가 반영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사들 스스로 '교권 보호 4법'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지난 2일 발간한 '교권 보호 4법의 개정과 교육 활동 보호의 과제 현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교원들이 교육 활동 보호 등에 관해 스스로의 권한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교권 보호 4법과 고시 내용을 포함해 교원의 교직 수행에 필요한 교육 법규를 예비 교사 교육과 현직 교사 연수에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교원단체들이 학교 현장에서 '교권 보호 4법' 제도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 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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