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모바일 게임 왕국에 대격변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000년대 초 패키지 게임의 몰락 이후 20년 만에 한국 PC·콘솔 게임이 밀리언셀러가 되고 대한민국 게임대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이에 관련 우수 개발자 부문 수상 후보들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밖에 모바일 게임에서 참신한 시도를 하거나 VR 게임의 대중화를 노린 후보들의 경쟁력도 절대 낮지 않습니다. 이례적으로 플랫폼을 넘나드는 다양한 게임들 사이 수상 경쟁이 벌어진 가운데 <뉴스토마토>는 해당 게임 개발자들의 면면을 살펴봤습니다.
'P의 거짓'에서 피노키오가 선의의 거짓말로 얻은 바이닐 레코드를 크라트 호텔의 축음기로 들으면 인간성을 얻게 된다. (사진=P의 거짓 실행 화면)
소울·콘솔 둘 다 잡은 최지원
올가을 망자(소울 시리즈의 팬)들은 인간 소년이 되기 위한 피노키오의 처절한 투쟁에 열광했습니다.
네오위즈(095660) 'P의 거짓'은 피노키오가 무한히 반복되는 죽음을 통해 유한한 인연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서사로 호평받았습니다.
작품성은 100만장 가운데 90만장 해외 판매로 인정 받았습니다. 해외 시상식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는데요. 지난 '게임스컴 2022'에선 한국 게임사 최초로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최고의 롤 플레잉 게임' 3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올해 11월엔 국제상 협회(IAA)의 '닉스 게임 어워즈'에서 '올해의 최고 롤 플레잉 게임'에 선정됐습니다. 다음달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더 게임 어워드(TGA) 2023'에선 '최고의 RPG'와 '최고의 아트 디렉션'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라운드8 스튜디오에서 이 작품 개발을 이끈 최지원 총괄 디렉터는, 꼭두각시 인형의 성장기를 어둡고 어려운 소울 장르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요즘 게임의 과제로 지적받는 최적화도 해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최 디렉터는 '다크블러드' 개발 기획 총괄과 '애스커 온라인' 전투 기획 총괄, '로스트아크' 전투 개발 총괄 등 15년 경력의 정점에서 난도 높은 콘솔 플랫폼 도전에 성공했습니다.
세계 시장에 '잔혹 동화 소울' 세계관 IP를 각인시킨 네오위즈는, P의 거짓 DLC(내려받는 추가 콘텐츠)와 차기작 개발에 나섰습니다.
네오위즈는 최 디렉터에 대해 "이런 장르(소울류)를 특히 국내 게임 업계에서 많이 시도하지 않았던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한다는 건 상당한 도전이었다"며 "국내 게임 산업의 질적 성장과 다양화를 위해 필요한 시도였으며, 이런 도전을 통해 K-게임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포스터. (사진=넥슨)
배불뚝이 다이버의 유쾌한 모험, 황재호
넥슨코리아의 황재호 디렉터도 최 디렉터과 함께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됩니다. 200만장 넘게 팔린 패키지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배불뚝이 털보 잠수부 데이브가, 시시각각 지형이 바뀌는 바다 블루홀에서 낮에는 고기 잡고 밤에는 초밥집을 운영하는 게임입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2D 도트 그래픽으로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과 상호작용하는 재미를 줍니다. 데이브가 가진 스마트폰으로 초밥집 소셜 미디어도 관리하고, 낯짝 두꺼운 조연들의 꾐에 넘어가 위험을 무릅쓰는 이야기 전개도 유쾌합니다.
황 디렉터는 넥슨 자회사 네오플 '이블 팩토리', '고질라 디펜스 포스' 등 개발 경험을 살려 데이브 더 다이버를 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이 작품은 미국 최대 비평 사이트 메타 크리틱에서 한국 게임 최초로 '반드시 해 봐야 할 게임'에 선정됐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처음 네오플 산하 스튜디오 42에서 모바일용으로 기획됐습니다. 하지만 황 디렉터는 확장된 콘텐츠와 밀도 있는 구성을 위해 싱글 패키지 게임으로 방향을 돌려, 재미에 초점을 두고 제작과 시험을 거듭했습니다.
넥슨은 황 디렉터에 대해 "한국 게임의 전반적 흐름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달성해, 국내 게임 가치 향상에 이바지했다"며 "전 세계 평론가나 사용자 대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국산 게임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말했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 1주년 업데이트 포스터. (사진=레벨 인피니트)
하위문화의 여신 만든 유형석
이 밖에 모바일 플랫폼에서 참신한 시도로 팬을 끌어모은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의 유형석 디렉터, 스마일게이트 인터테인먼트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의 조신규 팀장도 만만치 않은 역량으로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형석 디렉터는 '레드블러드 온라인'과 '히트', '오버히트', '로스트아크 모바일' 등 개발 경력을 살려 오늘날의 니케를 완성했습니다. 니케는 게이머가 소녀 전사들의 지휘관이 돼, 외계의 강철 생명체에 맞서 지구를 되찾고 세력을 넓혀가는 액션 전술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2~3등신 캐릭터 대신 대화는 물론 전투 때도 원화와 같은 캐릭터를 구현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인공이 기계 몸을 가진 부하에게 붕대를 감아주고, 이에 감복한 병사가 마음을 여는 이야기도 흡인력 있게 펼쳐집니다.
니케는 지난해 11월 출시해 국내와 일본, 대만, 홍콩 매출 1위, 북미 매출 3위 등으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하위문화 게임 종주국 일본에서 해외 개발사가 만든 모바일 게임으로는 최대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 게임은 일본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네 차례 기록했습니다. 이달 2일 출시 1주년 업데이트 당일엔 한·일 매출 2위, 대만 1위, 북미 6위를 차지했습니다.
시프트업은 유 디렉터에 대해 "개발자 전원이 토론하고 질문, 이의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100명 규모 개발실에서 한 명의 개발자 의견도 배제되지 않도록 했다"며 "(니케의 성공은) 게임 디자인에 대해 건강하게 토론할 수 있는 개발실 문화가 선재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VR 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사진=스마일게이트)
'차별 없는 VR 슈팅' 조신규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는 8월 출시한 VR 슈팅 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CFSS)'의 강점으로 간편한 조준과 정확한 조작을 내세웁니다.
이 게임을 만든 조신규 팀장은 블루홀 '테라', '프로젝트 EXA', 'X-에이전시',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로건: 더 시프 인더 캐슬' 등으로 10년 개발 경력을 쌓았습니다. 특히 2017년부터 약 7년간 로건과 크로스파이어 등을 개발하며 VR 게임 플랫폼 정착에 기여해 왔습니다.
조 팀장은 조준과 발사의 재미를 위해 각종 무기의 정밀한 구현과 간편한 사용성에 집중했습니다. 비숙련자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PVP(플레이어 간) 전투가 아닌 PVE(플레이어와 환경 간) 전투를 중심에 뒀는데요. 스마일게이트는 차별 없는 게임 환경을 위해 색약과 양안시, 저시력자를 고려한 전체 배색을 구성한 점도 강점으로 자부합니다.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개발될 많은 VR 게임이 사회 구성원 어느 하나 차별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임 장르로서 정착이 될 것이라 믿고 기대한다"며 "앞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게임을 개발해 게임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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