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업무지구 개발 급제동…정부·서울시 ‘엇박자’
기공식 일주일 만에 매각 중단
엇갈린 태도에 시장 혼선 커져
2025-12-09 17:08:55 2025-12-09 17:16:03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서울시가 다시 꺼내든 ‘용산 개발’ 카드가 시작부터 제동에 걸렸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직접 기공식에 참석하며 본격화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중단 방침에 막히며 불확실성에 빠졌습니다. 서울시는 분양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지 매각이 중단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사업 진행은 사실상 어려운 구조입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성과를 앞세운 무리한 속도전이 행정 혼선과 시장 불안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공식 뒤 7일 만에 제동…예정된 ‘엇박자’였나
 
9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유휴지인 옛 용산정비창 부지에 총 51조원을 투입하는 대형 도시개발사업입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국제업무시설, 주거시설, 교통·상업시설이 어우러지는 복합지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오세훈 시장 1기에 해당하는 2007년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추진했던 해당 사업은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사업자 간 갈등, 시장 교체에 따른 정비사업 기조 변경 등으로 좌초됐습니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다시 재선된 2021년부터 다시 추진 동력을 얻게 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 개시를 알렸는데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달 3일 “공공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며 진행 중인 매각 역시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에 용산국제업무지구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자 국토교통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철도공사가 소유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부지 역시 대통령 지시 대상이다”라며 용산정비창 부지도 매각 중단 대상에 포함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강행, 정부는 정지…“누가 책임지나”
 
서울시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분양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태도입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미 홍보관 공사를 발주했으며, 내년 상반기 중 토지 분양을 위한 마케팅 작업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다만 서울시 측은 정부의 기조와 달리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부의 별도 지시가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기존 일정을 유지하면서 관련 정부 부서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의 매각 중단 지시는 전체 국유지에 대한 일반론적인 방침이며, 용산 부지에 대해 ‘팔지 말라’는 별도의 지시는 오지 않았다”며 “해당 부지의 매각 여부는 땅 소유주인 코레일과 정부 간의 협의 사항이며 서울시는 별도 지시를 받지 않았기에 기존 일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지 일대는 지난달 기공식 직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현지 부동산 개업소에는 ‘매물 접수’ 안내문만이 붙어 있었고, 실거래나 상담 문의는 뚝 끊겼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대 한 공인중개사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호재가 워낙 오래된 이야기라 큰 반응이 없었다”며 “매도자는 호가를 낮추지 않고, 매수자는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오세훈 시장의 속도전이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사업을 빨리 끌고 가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부지 소유 구조와 국가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조율 없는 강행은 리스크만 키우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위원은 “정부의 입장은 공공 자산을 매각하기 전에 충분한 검토와 정당한 절차를 거치자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일정을 추진하다 충돌을 야기한다면, 향후 사업 지연 책임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운4구역도 흔들…서울시 주도 도심 개발 ‘빨간불’
 
이번 사안은 최근 종묘 경관 훼손 논란으로 논쟁이 불거진 세운4구역 개발 문제와도 맞물립니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해온 주요 도시개발 전략 전반이 흔들리는 모습인데요. 
 
세운4구역은 고도 완화와 ‘녹지축’ 조성을 내세웠지만 문화재청과 건설사의 반발, 주민 갈등까지 겹치며 사업이 표류 중입니다. 종묘와 가까운 세운4구역은 최근 개발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서울시와 정부 간 이견으로 정쟁에 휩싸였습니다. 여기에 개발 이익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일대 토지 3135.8㎡(950평)를 보유한 한호건설은 사업 시행자인 SH에 토지를 매수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습니다. 
 
이처럼 토지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한호건설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 논란 및 특혜 의혹에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이른바 ‘용산서울코어’에 100층 높이의 초고층 업무시설과 1만3000가구 이상의 주거시설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하지만 부지 매각이 중단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입장은 “주택 공급은 필요하지만, 공공 자산을 헐값에 넘겨선 안 된다”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정부가 다시 마주한 용산 개발을 두고, 이번에도 합의 없이 갈등만 깊어진다면 전과 같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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