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만·공급망 문제에 상당 부분 할애됐습니다. 1년 전 미중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북핵 문제'는 후순으로 밀렸습니다.
'현상 유지'에 그친 바이든·시진핑 회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미중 정상은 1년 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그간 갈등을 빚어 온 현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1년 전 3시간가량 이어진 회의에서 대만 문제에 시간을 할애했던 양국은 이번 4시간 회담에서도 대만·공급망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이 수년간은 대만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다만 시 주석의 이 같은 입장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접근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며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강조했습니다.
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정상회의 당시 '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레드 라인'이라고 경고했던 시 주석의 발언과 비교하면 일정 부분의 진전이 있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긴 시간 논의를 통해 대만 문제에 대한 '중대한 현상 변경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암묵접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출통제 등의 조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양국이 이견이 있는 대만·공급망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지난 발리 정상회의와 비교하더라도 큰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채 '현상 유지'에 그쳤습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해 개빈 뉴섬(가운데) 캘리포니아 주지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핵 문제, 이번에도 중국 외교부 발표서 빠졌다
지난해 발리 정상회담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고 추가 무력 도발을 막을 '적극적인 중국 역할론'을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지난 9일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언급하며 "북한이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에서 발을 떼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문제가 언급되기는 했지만 원론적 수준의 발언에 그쳤습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신화통신도 "시 주석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서 북한 문제는 제외했습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양국 관계에 있어서 미중·동북아·세계 문제가 의제의 범위가 된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양국 간 현안의 문제가 많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는 양국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이라며 "중국의 경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만 할 것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양국은 현재 대만 해협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관리하고 안정시키려는 기조로 현상 변경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미중의 군사 채널 개통도 '현상 유지'를 위한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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