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시한폭탄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분기 대비 해당 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발행사(증권사)가 홍콩H지수 하락을 충분히 예측했음에도 위험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데요. 해당 시점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큰 규모로 발행했고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홍콩H지수가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1분기 증권사별 ELS 발행금액.(사진=뉴스토마토)
홍콩H 최고점에 발행한 ELS 대규모 손실 우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분기 동안 주요 증권사들의 홍콩H지수 연계 ELS 발행규모는 5조1739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홍콩H지수가 최고점이었던 1월과 2월은 각각 1조5164억원, 1조5982억원이었습니다. 3월은 2조594억원으로 확인됐습니다.
ELS는 통상 기초자산 값이 설정일 대비 45~65%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만기를 맞으면 최대 100%까지 원금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상품입니다. ELS 대표 기초자산 중 하나인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고점(12271.60)대비 현재 50%이상 하락한 6000포인트 부근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죠. 21년도 1분기에 나온 상당수 ELS상품이 손실 위험에 처했단 평가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미 지난 2015~2016년에도 홍콩 H지수 연계 ELS들의 원금 손실 얘기가 많이 나왔었고, 그때는 결과적으로 지수가 회복해서 대규모 손실없이 넘어갔었다"며 "이번에는 H지수가 회복을 못하고 있어서 실제 대규모 손실이 실현되는 게 처음일 거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해당기간 발행금액 1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9609억원어치를 발행했습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업계에서 당사가 ELS 발행규모가 꽤 큰 편이지만, 발행과 판매는 별도라서 가장 많이 팔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투증권 뿐만 아니라 업계 상위증권사들에서 대규모 발행이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투증권의 뒤를 이어 신한투자증권이 8049억원, 미래에셋증권이 7294억원, KB증권은 5984억원, 메리츠증권이 5978억원,
삼성증권(016360)은 5948억원 등으로 집계됩니다.
해당 시점에 대규모 발행에 나선 증권사들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분명하단 평가가 나오는데요.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홍콩이 중국에 합병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홍콩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증권사들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을 잘 알려주지 않았다"며 "결론적으로 이를 불완전판매한 은행들뿐만 아니라 발행사인 증권사도 위험에 대한 고지를 제대로 못했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 불완전판매 대형사 전수조사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순차적으로 전수조사한단 방침입니다. ELS 판매규모가 큰 대형사들이 먼저 검사대상이 됐습니다. 증권사 중에선 최대 발행사인 한투증권, 신한증권, 미래증권, KB증권 등이 이미 서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금감원은 지수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을 가입자에게 충분히 안내했는지, 투자자 성향에 적합한 상품이었는지 등 불완전 판매 여부를 따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같은 경우에는 권유가 있었을 테고, 증권사는 대부분 온라인 판매라 권유보다는 인터넷에서 보고 ELS에 가입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장 연구원은 "손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서 아무래도 불완전 판매이슈가 불거지고 있다"라며 "기초자산 지수 수치가 뻔히 나오는 것이라 투자자들에게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라고 잘 설명하고 팔았는지, 또 적절한 이해력이 있는 투자자에게 판매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연말에 지수가 어느정도 회복되면 손실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증권업계에선 은행권과 달리 ELS 판매가 주로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 판매와는 거리가 있단 입장입니다. 그간 불완전 판매는 대부분 현장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 구조 등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을 때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위험 상품 가입 절차가 과도하게 간소화된 것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전망입니다.
한편 투자자 커뮤니티 등에선 ELS 등 복잡한 투자상품을 이해력이 부족한 노인 등에게 권유해 팔아먹는 경우가 많다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선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로 노후자금 절반을 잃게 됐단 민원도 제기되고 있어 집단소송 등 거센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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