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미술품 조각투자 1호 타이틀을 놓고 국내 경매업체(
서울옥션(063170)·
케이옥션(102370) 등) 자회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1호 타이틀의 상징성에 비해 실제 흥행 여부는 불확실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미술품 시장 침체 우려에도 조각투자라는 생소한 시장을 이점으로 공모 단계에서 흥행 되더라도 향후 수익 창출을 위한 미술품 재판매라는 난관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최장 10년간 보유하게 되는 미술품의 특성도 이익 실현 시점의 장기화 가능성을 내포한 만큼 투자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별 증권신고서 제출현황.(사진=뉴스토마토)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열매컴퍼니와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가 일반청약을 진행하기 위해 증권신고서(투자계약증권)를 제출했습니다. 각사는 제출 후 15영업일 이내 승인 여부 또는 정정 요구가 결정되는데요. 1호 조각 투자 타이틀은 이달래 결정될 개연성이 높다는 전망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3개 업체 다 심사 진행 중에 있어 증권신고서 제출일로부터 15일 이후 효력이 발생한다"며 "저희가 정정이나 심사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변경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두 군데가 승인날이 겹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호 타이틀의 주인공이 복수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들 중 열매컴퍼니와 투게더아트는 같은 작가의 작품에 그림 제목도 동일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 미술가이자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작품명)'으로, 같은 크기인 3호 사이즈입니다. 제작 시기만 2001년과 2002년으로 다르죠. 공모가격은 각각 12억3200만원, 11억8200만원입니다. 두 회사는 작품의 환금성이 가장 높은 작가라는 점에서 상품성이 높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미술품 시장 축소 우려 대두…"2차시장 물건 경쟁력 의문"
하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미술품 시장 축소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흥행 여부는 불확실하단 평가인데요. 외부감정평가기관(제일감정평가법인)에 따르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매출이 올 상반기(5월까지) 5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했습니다. 올 상반기 미술품 평균 낙찰가액과 온라인 경매시장도 전년대비 약 5~6% 감소 추세로 확인됩니다.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작품 가격도 연평균 상승률에 비해 최근에는 추세가 꺽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2013년부터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총 332건 낙찰됐고, 연평균 약 21%의 가격 상승률을 나타냅니다. 다만 2022년부터 2023년 기간에는 약 22% 하락세를 타고 있습니다.
투게더아트 관계자는 "해당 작품은 2차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되고 있고 3~5년 주기로 우상향하는 곡선을 그렸다"면서 "첫 작품이다 보니 저희가 판단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나 수익성이 될만한 작품들을 보다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건강상태가 안 좋다는 이슈도 있어 특정 이벤트에 따라 작품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도 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옥션블루의 경우도 지난 20년간 작품 가격이 우상향해왔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감정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앤디워홀의 미술품 가격지수는 지난 2008년 정점 이후, 다소 등락을 보이다가 2018년부터 보합세를 보이고 있죠. 앤디워홀 '달러사인'의 유사 작품들의 가격추이를 보면 지난 1999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처음으로 2778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이후 2011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0억7290만원에 낙찰됐죠. 처음보다 38.6배 급등한 셈인데요. 이번 공모에선 35% 가량 하향 조정한 7억원에 공모를 진행합니다.
전문가들은 유명작가의 작품이라도 2차 시장에 나온 작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데요.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해당작품들) 훌륭한 작가인건 분명하지만 고액 자산가들과 전문기관들에서 구매하지 않고 조각투자업체까지 내려온 작품이라면 확률적으로 좋은 물건일리가 없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이나 밸류에이션이 잘못됐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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