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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삼성증권(016360) M&A사업부가 하이브의 SM엔터 인수에 이어 HMM 인수전에서도 잡음에 휩싸여 신뢰도 하락의 위기를 겪고 있다. HMM 인수전에서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원그룹은 매각 측을 상대로 HMM 입찰 절차의 공정성 문제에 항의하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인수 가격 원칙을 제시했지만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고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간의 조율도 안된 상황에서 매각을 진행하게 됐다. 이 같은 다소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정의 이유로는 인수·합병(M&A) 사업을 이끈 인원공백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HMM 인수전 경쟁 격화 동원은 법적 대응 시사
(사진=HMM)
HMM 인수전에서 하림그룹과 동원그룹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하림그룹에 비해 다소 경쟁에 우위를 뺏겼다 평가받는 동원그룹은 매각 주체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지난 8일 HMM 인수전 입찰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공식 입장문을 매각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의 경쟁자인 하림그룹·JKL컨소시엄 측이 제시한 HMM의 영구채 주식 전환 3년 유예안을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 매각 측이 수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앞서 하림그룹은 본입찰 이후 수정 제안서에서 매각 측에 잔여 영구채에 대한 주식 전환 3년 유예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동원그룹은 매각 측 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다. 그 결과 동원그룹은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가정하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인수 가격을 제시한 반면 하림그룹은 영구채 주식 전환을 유예한 가정하에 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은 2019년 5월 이후 발행한 20년·30년 만기 HMM 전환사채(CB) 1조68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영구채 전환을 3년간 유예하면 인수기업의 지분율이 57.9%로 유지돼, 인수사는 해당 기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을 더 받을 수 있어 인수 후 현금 마련의 부담을 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HMM은 1주당 1만5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어 넘는 HMM 주식을 전환 가격인 주당 5000원에 취득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카카오에 이어 HMM까지 연이은 M&A 잡음에 놓인 삼성증권
(사진=삼성증권)
이번 HMM의 매각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예비입찰 공고를 냈고 10월 최종입찰안내서를 낼 당시 “매도인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주식 관련 채권의 전환권 행사가 이뤄질 때의 잠재적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입찰금액을 제시하라”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매각 대상 주식 수를 3억9879만주, 지분율은 38.9%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인수 주체의 조건 역제의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잔여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 시 지분율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유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인 HMM 주식 3억9879만주에 대한 지분율은 약 57.9%이고 영구채 주식 미전환 시 예상 연 배당금은 2895억원이다. 하지만 주식 전환 시 인수 지분은 38.9%, 연 배당금은 1945억원으로 떨어진다. 하림그룹은 영구채 주식 전환에 3년 유예라는 조건을 달아 인수액을 상대적으로 높게 부르는 대신 HMM으로부터의 배당을 통해 현금 수혈을 일부 조달하는 방안을 선택해 역제안했고 이로 인해 인수 호가를 키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수 조건에 따라 예상 현금성 수익이 다른 만큼 인수전 참가자의 가산 인수가액이 다를 수밖에 없었고 인수 경쟁에 돌입한 두 개사의 유불리가 갈리게 됐다.
이와 더불어 현재 하림그룹이 요구한 잔여 영구채 3년 유예 요구와 관련해선 산은과 해진공 사이에서도 입장 차이가 난다. 매각 측 내부에선 또한 본입찰에 참여한 두 기업이 세계 6위권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각에선 매각 측이 유찰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 관련 질의에 "적격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HMM을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라고 답한 바 있다.
앞서 삼성증권의 M&A사업부는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에스엠(041510)) 경영권 분쟁에서
하이브(352820)의 M&A 자문도 맡았다. 하이브는 지난 2월10일부터 3월1일까지 SM 발행주식총수의 25%(595만1826주)를 주당 12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2월9일 기준 9만8500원에서 거래되던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시장의 호응이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카카오(035720)의 조직적인 추격 매수가 있을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공개매수가 성공할 경우 삼성증권은 매수수수료 3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SM엔터의 주가가 12만원선을 상회하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는 실패했고 삼성증권은 이번 공개매수 주관으로 최소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M&A에서 주관 증권사는 기업이 적정한 공개매수 가격을 결정해 효율적인 투자자 모집 전략을 세우도록 자문 역할을 한다. 공개매수를 성공시킨 횟수가 늘수록 향후 다른 딜을 성사하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이브의 SM엔터 인수는 실패했고 삼성증권의 빅딜 M&A 자문은 미완성으로 끝났다.
삼성증권 M&A 조직 인력 이탈 후폭풍
연이은 삼성증권 M&A 사업부의 매끄럽지 못한 결과는 최근 삼성증권의 M&A팀에서의 전문 인력 부재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실무자의 잇따른 퇴사 이후 외부인력 수급 효과가 부진해지면서 M&A명가로서의 명성이 퇴색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삼성증권은 기업금융(IB)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었다. 기업공개(IPO)와 M&A를 맡는 IB1부문과 대체투자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담당하는 IB2부문 등 2개 부서로 나눴고, 이재현 부사장을 IB1부문장으로 영입했다. IB1부문은 지난해 말 3개 본부에서 5개 본부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각 분야 커버리지 전담 인력을 두는 대신 구성원 모두가 커버리지 역할을 하게 했다.
삼성증권은 해당 조직개편에 대해 "매년 진행하는 정기적인 조직개편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연이은 삼성IB맨들의 이탈에 의한 자의반타의반 자구책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11년부터 IB조직을 이끌어 삼성증권을 M&A명가로 키운 신원정 전무는 지난 2021년 말 직급은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상대적으로 한직이라 평가받는 삼성글로벌리서치(구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임병일 기업금융1본부장은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삼성전자의 M&A를 총괄하게 됐다.
이사급 임원 중에서도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증권에서 M&A 업무를 맡아온 김도영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2그룹장(이사)은 최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재무실에 합류했고 삼성증권 M&A팀을 이끌었던 조성혁 이사도 지난 2022년 삼성증권을 떠나 스탠다드차타드증권 투자금융부의 상무로 합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번 조직이 와해되면 다시 재건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삼성증권 같은 경우 그룹 차원의 인사원칙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 증권업이 그룹의 메인 사업이 아닌 만큼 인사 영입에 있어서도 서포트를 받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외국계 기관이 주도하는 M&A 시장에서 삼성증권이 그만큼 존재감이 높아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M&A 빅딜을 주관해 본 경험 자체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이고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평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SM 인수건 같은 경우에는 국내에선 이와 같은 딜에 참여해 본 증권사가 얼마 없을 정도로 사실상 기록적인 성과다"라며 "일각에서 M&A 사업부에 질투심 어린 평가를 내놓지만 이런 딜을 다룰 수 있는 곳이 얼마 안 되고 앞으로도 해당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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