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 한화, 포스코홀딩스 등 지주사들이 내년 이후 계열사와 상표권 계약을 체결했는데 사용료 인상폭이 큽니다. 이전 계약 대비 많게는 50% 넘게 오른 사례도 눈에 띕니다. 국내 지주사들의 상표권 사용료는 대부분 매출에 연동합니다. 따라서 물가가 올라 매출원가가 오른 영향도 사용료 인상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21일 각사에 따르면 SK, 한화, 포스코홀딩스 등이 최근 신규 상표권 계약을 계열사들과 체결했습니다. 대부분 매출이 올라 사용료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몇몇 사례를 보면, SK가 SK실트론과 내년 이후 3년간 사용료 148억여원을 계약했습니다. 3년 전인 2020년말 계약했던 금액은 112억여원으로 당시보다 32.5% 올랐습니다. SK실트론과 사용료 산정방식은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빼고 사용료율 0.2%를 곱합니다.
마찬가지로 SK가 SK가스와 3년 계약한 금액도 232억여원으로, 이전 계약했던 149억여원에 비해 55.5% 올랐습니다. 이들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에너지 분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 탓에 매출원가가 많이 오른 상태입니다. 계약금액은 예상금액으로 실제 발생한 매출에 따라 실거래 금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화는 계약기간이 1년 단위라 상대적으로 가변성이 더 있습니다. 매년 영업환경 변화를 고려해 사용료율 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룹별로 한번 정해진 사용료율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과 내년 계약한 상표권 사용 금액이 260억여원으로, 전년보다 24.8% 올랐습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 한화오션과도 첫 연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금액은 144억여원입니다. 한화오션은 최근 분기 영업흑자전환했지만 누적기준으로는 적자상태라 현금상황과 무관하게 상표권 사용료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물적분할 후 사업회사 포스코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게 된 포스코홀딩스도 작년에 이어 연간계약을 이어갔습니다. 포스코의 매출 규모가 큰 만큼 내년 첫 1000억단위(1123억여원)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전년에 비해 12.8% 오른 금액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러나 매출액에서 관계사 매출(내부거래)을 빼고 사용료율도 0.1%로 비교적 계열사의 부담이 적은 산정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지주회사체제 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합계액을 산출한 결과, 1조3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19억원 증가한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수취한 사용료가 큰 집단은 LG(3622억원), SK(2743억원), CJ(1263억원), GS(1158억원), 롯데(815억원) 순이었습니다. 또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총수있는 집단의 상표권 유상사용 비율이 76.4%로 총수없는 집단 40%보다 높았습니다.
그간 실제 이익 규모와 다를 수 있는 상표권 사용료의 매출 연동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상표권 수취액의 절대적 규모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점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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