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4년째 인수합병에 진통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003490)이 합병 최대 허들인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내항공사 에어프레미아에게 B787-9 4대를 임대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를 빌려줌으로써 에어프레미아의 미주 노선 확대로 인한 미 법무부(DOJ)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고, 노선 확대를 위해 기재 확보가 절실한 에어프레미아는 빠른 시일에 안정적으로 항공기를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가 단일 기종으로 운용 중인 보잉사의 B787-9 2대를 연내 임대하고, 향후 나머지 두 대를 더 빌려준다는 계획입니다.
미주 노선 확대를 꾀하는 에어프레미아로서는 대한항공으로부터 기재를 빌리면 운항편을 늘리거나 노선을 확대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지고, 대한항공은 미국의 독과점 우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제외하면 국적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미주를 취항하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에어프레미아는 인천발 뉴욕, 로스앤젤레스(LA), 하와이 호놀룰루를 취항하고 있고, 오는 5월부터는 샌프란시스코 첫 취항에도 나섭니다. 해당 4개 노선은 미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 시 독과점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노선들이기도 합니다. 양사 기업 결합 시 미 법무부는 뉴욕(100%), LA(95%), 호놀룰루(78.3%), 샌프란시스코(79.4%), 시애틀(99.4%) 등 5개 북미노선에서 독점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어프레미아가 대한항공으로부터 기재를 빌려 독과점 노선에 대한 운항편을 늘리면 독과점 비율이 낮아지게 됩니다.
다만,
티웨이항공(091810)과 달리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에어프레미아에는 파견되지 않을 것이 유력합니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이끌어낸 대한항공은 오는 6월 A330-300 5대와 조종사 100명을 티웨이에 파견합니다. 이는 티웨이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양도받는 유럽 4개 노선(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취항에 따른 것입니다.
기재만 빌리는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도입될 항공기에 투입할 조종사 채용을 완료했습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에서 최근 기장 16명 부기장 21명 채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주 노선에 있어서 에어프레미아와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항공기 임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은 티웨이와 에어프레미아에 기재를 임대함으로써 생긴 항공기 빈 부분에 대해 작년에 못 들여온 B787-10을 포함한 24대 항공기로 채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항공 B787-9. (사진=대한항공)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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