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가 갤럭시S24 공시지원금을 2배가량 인상했습니다. 앞서 공시지원금을 올린
LG유플러스(032640)는 또 한 번 인상에 나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업자간 마케팅 경쟁을 주문했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시지원금 확대를 촉구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다만 이번 공시지원금 인상에도 여전히 선택약정 혜택이 큰 상황인데요. 총선을 앞두고 단통법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결국 통신정책 또한 보여주기식에 급급한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6일 SK텔레콤은 갤럭시S24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25만~48만90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종전 공시지원금인 10만~20만원 대비 2배가량 상향했습니다. 공시지원금의 15% 범위 내에서 지급될 수 있는 추가지원금까지 적용할 경우 최대 56만2300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KT도 비슷한 수준으로 공시지원금을 인상했습니다. KT는 요금제별로 16만5000~48만원을 공시지원금으로 조정했습니다. 종전 공시지원금은 8만5000~24만원 수준이었습니다.
경쟁사들이 지원금을 인상하자 LG유플러스는 지난 2일에 이어 또 한차례 공시지원금 인상에 나섰습니다. LG유플러스는 사전예약 개통 당시 5만2000~23만원을 공시지원금으로 지급했지만, 지난 2일 12만~45만원으로 인상했고, 이날 29만5000~50만원으로 5만원가량 지원금을 올렸습니다.
서울 시내 휴대폰 대리점 모습. (사진=뉴시스)
통신사들의 이번 공시지원금 인상은 이례적입니다. 5G 첫번째폰인 지난 2019년 갤럭시S10 출시 당시 5G 가입자 모집 경쟁이 가열되자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하며 공시지원금 인상이 단행됐는데요. 이후 5G 가입자 증가 속도 둔화,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 이후 지원금 경쟁은 자제해왔습니다. 대신 초기에는 소위 '짠물' 공시지원금이 지급되지만, 두달가량 후 신제품 효과가 소멸될 때쯤 공시지원금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같은 단계적 행보는 갤럭시S22나 갤럭시S23이 출시될 당시에도 업계 불문율처럼 이뤄져 왔습니다.
이례적인 공시지원금 배경으로는 정부의 압박이 지목됩니다. 지난해 통신시장 경쟁활성화로 통신비 부담 경감 정책을 추진해 온 정부가 올해는 단통법 폐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통신 사업자 간 단말기 보조금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와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되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고, 방통위도 지난달 24~25일, 30~31일 통신 3사와
삼성전자(005930) 측을 소집해 공시지원금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지난 2일에는 대통령실이 이달 중 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하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단통법 폐지와 공시지원금 인상이 통신비 인하의 해결책이 되는 양 정부가 압박하고 있지만, 실제 통신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상황인데요. 공시지원금 인상에도 매월 25% 요금할인을 받는 선택약정할인의 혜택 폭이 더 큰 까닭입니다. 50만원이 넘는 공시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월 12만~13만원 수준의 고가 요금제를 택해야 하는데, 이 경우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SK텔레콤의 경우 최대 공시지원금이 56만2300원이지만, 요금할인은 75만1080원 받을 수 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를 택할 경우 최대 공시지원금은 각각 55만2000원, 57만5000원이지만, 선택약정으로는 78만원 할인이 가능합니다. 이는 최근 공시지원금 압박이 선거용 정책으로 지적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단통법 폐지는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통신사들은 사전예약을 통해 개통한 고객에 대한 보상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례적 변경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통신사 관계자는 "사전개통 고객 가운데 공시지원금으로 가입한 고객에 대한 케어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공시지원금 인상 전에도 선택약정 할인 폭이 더 커 고객들이 선택약정 할인을 택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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