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잃은 '디지털 공정경쟁'…한발 물러선 '플랫폼법'
플랫폼법 '전면 재검토' 선언한 공정위
"업계 여론과 무관…다양한 대안 검토할 것"
소상공인 플랫폼법 요구…"지정 늘려야"
독점 플랫폼 피해 업체 '속앓이'…반발 우려도↑
2024-02-07 14:00:00 2024-02-07 23:13:39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플랫폼법)'에 드라이브를 걸던 공정당국이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향한 규율 마련은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법안의 핵심인 '사전지정제도' 대체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인 만큼, 사실상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독과점 플랫폼 생태계의 폐해를 호소해 온 소상공인 등 플랫폼의 입점사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7일 "(지배적 사업자) 지정 제도를 포함해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지정 제도를 당장 폐기하는 건 아니고 열린 마음으로 추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해 플랫폼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플랫폼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초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정하고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끼워팔기, 최혜대우 등 4가지 주요 반칙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하는 등 집중 겨냥을 시사해왔습니다.
 
그러나 국내 지배적 사업자를 비롯해 미국 경제 단체까지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에 우려를 표하자, '재검토'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지난달 구글·애플 등 미국 현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는 성명을 내고 "한국이 플랫폼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성급함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입법을 모니터링한 결과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며 압박한 바 있습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7일 "지정 제도를 당장 폐기하는 건 아니고 열린 마음으로 추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뉴스토마토)
 
반면 소상공인들은 플랫폼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넓은 범위의 온라인플랫폼이 사전 지정되기를 바라는 상황입니다. 독과점 플랫폼들의 과도한 수수료·광고료 요구 차단을 호소하기 때문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5일 소상공인 57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84.3%는 제정에 '긍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10.9%,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4.9%에 불과합니다.
 
또 플랫폼법 규율 대상에 시장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만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76.6%가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소상공인 업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플랫폼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최소한의 규제로 파급력이 큰 소수 거대 플랫폼만 지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14.4%에 그쳤습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수수료가 없거나 낮은 네이버나 카카오만 규제 대상에 오르고, 야놀자·여기어때 등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를 요구하는 숙박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소식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차남수 소공연 정책홍보본부장은 "플랫폼이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중개자 기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균형 있는 법 제정을 통해 공정한 디지털경제 생태계가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7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소상공인 중 84.3%가 플랫폼법 제정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설문조사 결과 요약.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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