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국내 톡신업계의 '간접수출' 행위를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관련 제약바이오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식약처가 보툴리눔 톡신 회사의 국가출하승인 위반을 문제 삼아 행정처분을 내린 데 대해 잇따른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식약처가 보툴리눔 톡신사를 대상으로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도매상에 넘긴 것이 불법이라며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판매 중지 처분을 내린 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출하승인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 국내에 판매하기 전에 식약처장의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자료 검토 및 시험 검정 등을 거쳐 제조 단위별로 출하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수출 전용 의약품은 제조업체가 수입자의 사양서를 제출해 국내에 판매하지 않고 수출용으로만 제조하도록 허가조건을 부여받은 의약품입니다.
식약처 전경. (사진=식약처)
현재 쟁점이 되는 부분은 간접수출인데요. 간접수출은 주로 국내 수출업자에 물건을 넘기고, 이 업자가 해외에 물건을 넘기는 방식입니다. 해당 업체들은 수출로 생산된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른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행정처분 역시 부당하단 입장입니다.
지난 1999년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약사법에선 수출 항목이 제외됐습니다. 국내 기업 수출 관련 업무를 맡는 산업통상자원부도 대외무역법령에 기반해 간접수출이 정부가 인정하는 수출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식약처는 지난해 7월 메디톡스와 11월 파마리서치바이오에 이어 지난 8일 휴젤까지 세 차례 연속해서 패소했습니다.
식약처와 업계는 간접수출에 대해 입장이 상반되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국내 유통업자에게 톡신 업체가 물건을 넘기고 대금을 받으면 그걸 판매로 간주해서 국내에 판매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약사법 제53조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에 따르면, 국가출하승인의약품을 판매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나, 수출을 목적으로 수입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1·2호, 약사법 시행령 제32조 및 별표1의2 제14호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자는 약사법상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 이외에는 의약품(국가출하승인의약품 포함)을 판매(수여 포함) 할 수 없으나, 의약품을 수출하기 위해 수출절차를 대행하려는 자에게는 약사법령상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가 아니더라도 의약품을 수여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와 벌인 소송전에서 1심은 완전패소했고, 2심을 진행 중입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지금 식약처와 2심을 진행 중이고 2심 재판 과정에서도 충분히 소명해 정확한 판단을 받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식약처는 파마리서치와 벌인 소송에서 양측 다 부분 패소해 둘 다 항소했습니다. 지난 8일 휴젤에 부분 패소한 부분에 대해선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휴젤과 식약처 간 법적 소송은 1심에서 부분 패소했다"면서 "해당 판결문을 분석 중이고 향후에 항소할 지 여부는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식약처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법원의 1차적인 판단은 기업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식약처에서도 업체를 대상으로 연이은 소송을 제기하는 데는 나름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 같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향후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릴지에 대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연이은 행정처분과 법적 소송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1심에서 일부 회사들이 승소한 건 재판부가 약사법에 대해서 명확하게 해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도 "물론 식약처에서는 기계적으로 항소할 것으로 보고 업체들도 이에 대응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식약처가 해당 업체들을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내리다 보니 업계에선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간접수출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국내 판매용보다 해외 판매용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사서 국내에 더 싸게 판매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식약처가 항소하는 비용도 결국 국민들의 세금인데 관치 행정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수출 부문은 대외무역법 관할로서 약사법 관할이 아니다. 식약처가 약사법 테두리에서 현행 법령 체계에 무리한 유권 해석을 해 업체를 대상으로 처분과 법적 소송을 진행하는 건 과도한 행정적인 권리행사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측 다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한 회사당 최소 1~3개 정도 얽혀 있는 걸로 아는데 소송전을 끌고 가는 게 양측에게 이득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식약처 전경. (사진=식약처)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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