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기술 리더십이 본격 시동을 걸었습니다. 차별화 확보 차원에서 미래 기술 인재 중심의 인사를 단행하고, ABC(AI·바이오·클린테크) 사업 육성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G그룹 내 전체 임원 가운데 R&D 분야 임원 수는 203명입니다. 196명을 기록했던 전년보다 7명 더 늘었습니다. R&D 임원 수가 2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LG는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 R&D 인재 31명을 승진시켰습니다. 특히 ABC(AI·바이오·클린테크)는 16명, 소프트웨어(SW)는 8명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서만 24명의 R&D 인재가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같은 인사 기조에는 구 회장의 '고객 경영 중심'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구 회장은 저성장 기조 속 시장 우위 선점 차원에서 차별화한 고객가치 실현과 함께 미래 기술 역량 확보를 중점 주문해왔습니다.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LG 대표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LG가 더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는 것을 강조한 후, 매년 신년사에서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꾸준히 제시해왔습니다. 올해는 '차별적 고객가치'를 선언했습니다.
작년 말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고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생존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별적 고객가치 만들기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구 회장표 기술 리더십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 연말 정기 임원인사도 지난해처럼 기술 인재 중심의 인사가 진행돼, R&D 분야 임원 수가 또다시 새로운 기록을 세울지 주목됩니다.
구 회장의 기술 리더십은 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서도 확인됩니다. 구 회장은 그룹 미래 먹거리로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삼고, 오는 2026년까지 총 6조9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입니다. ABC 사업 역량 강화와 경쟁력 확보 차원입니다.
특히 AI 분야의 기술은 현재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 상당 수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입니다. 앞서 구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 아래 부진을 겪던 태양광·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고 대신 AI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지난 2020년 LG경영개발원 산하에 설립된 LG AI연구원이 대표적입니다. LG AI연구원은 출범 이듬해인 2021년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을 선보였으며, 지난해 7월에는 '엑사원 2.0'을 공개했습니다.
구 회장의 지원 아래 LG AI연구원은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불리는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 등 AI 전문가도 대거 영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설립 당시 70명 규모였던 연구 인력은 현재 270명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LG는 최근 AI를 중심으로 점차 공론화하는 윤리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LG AI연구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AI 윤리 글로벌 포럼'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참가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첫 국제 표준인 'AI 윤리 권고'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LG AI연구원은 연구·개발부터 활용·폐기에 이르기까지의 AI 시스템 생애주기별 관리 체계 구축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LG AI연구원은 국내 AI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구심적 역할도 맡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텔레포니카 등이 참여한 AI 윤리 기구 '유네스코 비즈니스 카운실'에 가입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유네스코의 국내 첫 AI 윤리 실행 파트너사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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