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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KT&G(033780) 사외이사로 이상현 FCP 대표를 추천했다. 앞서 글로벌 소비재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제안했던 것과 달리 이 대표가 직접 사외이사로 출격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FCP가 보유한 KT&G의 지분은 0.44%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60.36%에 달하는 만큼 소액주주 포섭 여부에 따라 이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KT&G)
기업은행 픽 손동환 교수 VS 이상현 FCP 대표…사외이사 두고 경쟁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KT&G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는 총 19만4326명으로 전체 주주가운데 99.71%를 차지하고 있다. 총 발행주식 1억1627만주 중 소액주식수는 7018만주로 전체 60.36%에 달한다.
최대주주는 7.12%의 지분율을 보유한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이하 퍼스트이글)다. 이어 중소기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이 각각 6.93%, 6.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FCP가 제시한 주주 안건이 부결된 데에도 국민연금공단 등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주총에서는 현금배당 등을 두고 이견이 갈린 바 있다. 이사회 측은 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을 제시했지만, 안다운용과 FCP는 각각 7867원과 1만원을 요구했다.
투표 결과 이사회 안건이 출석 기준 68.1%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안다운용과 FCP 안은 각각 찬성률 1.5%와 32.2%에 그쳤다. 특히 국민연금이 이사회의 편을 들면서 KT&G 지분 6.93%를 가진 기업은행과 약 11%를 보유한 KT&G 산하 기금 및 재단 등도 국민연금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도 FCP의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소액주주는 일반적으로 배당금 확대를 선호하는 만큼 행동주의펀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주요 세력으로 여겨진다. 당시 FCP는 소액주주 주식 중 20∼30%를 위임받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표 대결 결과를 좌우할 정도에는 부족했다.
이 가운데 기업은행이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를 추천한 만큼 손 교수와 이 대표의 전면전이 예상된다. 총 8명으로 구성된 KT&G 이사회는 백복인 KT&G 사장,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등 사내이사 2명을 제외하면 총 6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이사회 의장인 임민규 전
SK머티리얼즈(036490) 대표와 백종수 변호사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백 변호사의 경우 이미 1번의 연임이 이뤄진 바 있다.
기업은행이 손 교수를 추천한 만큼 이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 포섭이 관건이다. 이 대표가 소액주주들의 표를 얻어 사외이사로 선임되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1만원 배당, 사외이사 8명으로 증원 등 안건이 재상정 될 여지는 낮다. 이미 이사회에서 부결된 안건인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여겨지면서다.
칼아이칸에 이어 FCP까지…또 다시 행동주의 펀드 표적 된 KT&G
이 대표가 사외이사로 직접 나선 점도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서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싱가포르투자청(GIC), 맥킨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그룹을 거쳤다. 2011년 칼라일 한국대표로 부임해 2014년 ADT캡스를 2조650억원에 인수하고 2018년
SK텔레콤(017670)에 2조9700억원에 매각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후 칼라일을 떠나 FCP를 설립하고 KT&G에 주주제안을 하며 국내 시장에 복귀했다.
지난해 이 대표는 사외이사로 글로벌 소비재 전문가로 꼽히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051900)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사외이사를 제안했으나, 올해에는 직접 KT&G 사외이사로 나서면서 KT&G에 전면전을 예고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FCP는 KT&G에 인삼공사 분리 상장과 주주환원 정책 확대, 비 핵심 사업 정리를 골자로 하는 주주 제안서를 보내면서 KT&G와 갈등이 본격화됐다. 당시 이 대표는 KT&G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면 주가가 40만원까지도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KT&G의 주가는 8만~9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27일 종가는 9만1800원을 기록했다. 2016년 7월1일 13만95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되는 금액이다. 이에 이 대표는 KT&G의 주가가 최소 16만원을 기록해야 하며 현재 주가는 저평가된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요구하는 인삼공사 분리안 등이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칼아이칸과 같이 시세 차익만 얻은 후 엑시트 할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에만 집중되는 만큼 기업의 장기 경영과 성장성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지난 2006년 2월에도 KT&G는 칼 아이칸 연합으로부터 한국인삼공사 상장, 유휴부동산 처분, 주주환원책 강화 등을 요구받은 바 있다. 투자자를 향해 주당 6만원의 공개매수를 제안하고 주식 매집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KT&G가 제시한 '마스터플랜'에 최종 합의하며 1년여 만에 보유지분을 분산 매각하고 15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얻은 뒤 퇴장했다.
FCP 역시 칼 아이칸 연합과 유사한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방편을 제안하고 있다. 담배와 인삼 사업의 성격이 달라 두 모자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우니 인삼공사를 별도 상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KT&G가 또 다시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표적이 되면서, 결국 민영화된 KT&G의 기업가치가 주주환원책 강화와 별개로 10여년 전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주주 없이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 구성 탓에 이러한 문제가 반복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수 차례 전화와 메일을 통해 FCP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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