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14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를 열고 장인화 차기 회장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심의합니다. 연금이 아직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는 등 '구현모 연임 저지'로 의견을 모았던 KT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다만, 이사회에 제기된 '호화출장' 논란과 지역 시민단체 및 탈락 후보들의 반발 등은 부담입니다. 수탁자책임 지침상 결정적 반대 사유는 없지만, 제기된 논란을 참작하면 수탁위 내 의견이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13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4일 수탁위를 열고 포스코를 포함한 여러 상장사 주총 안건들을 심의합니다. 포스코 주주총회는 오는 21일 열립니다. 수탁위 개최 일정은 위원들 합의로 정하는데, 이번엔 바쁜 주총 시즌을 고려해 14일로 앞당겼습니다.
국민연금은 보통 주총 의결사항을 투자위원회에서 처리하지만, 사안이 복잡한 경우 수탁위에 넘깁니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거나 혹은 최대주주의 지배권을 가진 경우에도 수탁위를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포스코의 경우 논쟁을 떠나 수탁위 개최는 필수입니다. 수탁위에서 결정하면 수탁은행에 통보하고 결과를 곧바로 공시합니다. 수탁위 결정이 곧 국민연금 의결권 향방을 가릅니다.
이번 수탁위 심의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포스코의 차기 회장이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수탁위는 그간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경우 수탁자책임원칙상 반대를 표명했습니다. 장인화 후보의 경우 호화출장 논란 등으로 다른 전현직 경영진과 함께 고발됐지만 기소 여부는 아직 미정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혐의만으로는 반대 사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하지만 위원들 개별적으로 사법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중대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사외이사 활동이 과연 독립적이었는지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뒤따랐습니다. 이번 주총에 재선임 안건이 오른 일부 사외이사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반면, 장 후보를 선출한 인선 절차 자체를 문제 삼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포항 지역 시민단체는 최근 회장 선임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장 후보가 경찰수사 대상에 오른 것을 결격 사유로 주장했습니다.
수탁위가 최근 이사 선임을 반대한 효성 사례를 보면 확정판결에 따른 사유 외에도 반대의결이 이뤄졌습니다. 수탁위는 조현상 부회장에 대해 감시의무 소홀과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KT는 논란 끝에 구현모 회장과 윤경림 사장이 물러나면서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만 수탁위 의결이 있었습니다. 당시 2명은 중립, 1명은 반대에 부딪혀 3명 모두 KT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반대 사유는 중요 거래관계에 있는 회사에 최근 5년 내 재직한 임직원에 해당했으나, 중립 사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후 경영공백 사태를 거쳐 작년 8월 김영섭 사장 선임안을 심사할 때는 수탁위원 만장일치로 찬성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수탁자 책임 원칙상 연금 수익률이 중요해 경영공백을 방치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포스코도 반대할 경우 경영공백 사태가 생길 것 역시 고려할 부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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