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중국의 이커머스 공룡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국내 유통이 엄격히 금지된 품목들을 무분별하게 판매해 논란입니다. 알리에서는 음란물, 문신염료 등 국내 법규에 저촉될 수 있는 상품들을 이렇다 할 제재 없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알리의 급성장에는 초저가 공세도 있지만, 이처럼 우리 정부 규제에 저촉되는 상품들을 대량으로 판매해온 점도 한 몫했다는 분석입니다.
정부가 뒤늦게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음란물, 유해물 등을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계가 있어, 소비자들 스스로가 주의하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가 금지된 제품은 담배, 마약류, 의약품, 모의총포, 음란물, 의료기기, 청소년유해물 등 총 15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날 기준으로도 알리 홈페이지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음란성 및 유해성이 짙은 성인용품 상품들을 별도의 성인 인증 없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의상', '속옷'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성인용품 의상들도 줄줄이 노출되고 있는데요. 심지어 회원 가입 없이도 인터넷 웹 페이지는 물론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의상'을 검색한 결과 뜬 성인용품 의상들의 모습. (사진=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화면 캡쳐)
특히 이는 청소년에게 또 다른 유해 환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학부모의 주의도 요구됩니다. 청소년 자녀를 둔 직장인 장모씨(43·여)는 "성인용품을 별도로 검색한 것도 아닌데 일반적인 키워드 만으로도 유해 상품들이 화면을 꽉 채워 정말 놀랐다"며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알리는 국내에서 유통되면 안 되는 품목인 문신염료도 판매 중입니다. 문신 잉크 믹서기 등 보조 제품도 함께 판매되고 있는데요. 문신이 의료행위인지를 놓고 공방은 있지만, 아직은 '의료법 제27조1항'에 의거해 문신은 의사 면허가 있는 의료인이 시술 목적으로 행하는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즉 병원에서 시술받지 않는 문신은 모두 불법인 셈입니다.
이 밖에 일반 보디샴푸 브랜드명을 검색해도 성인용품들이 리스트에 뜨고, 파이프 흡연 제품 등도 성인 인증 없이 판매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는 실정입니다.
알리를 비롯한 중국 플랫폼들의 불법 제품 판매가 계속해서 늘자 정부도 칼을 빼 들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책은 국내 소비자 보호,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들 간 역차별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특히 정부는 해외 플랫폼의 4대 피해 항목으로 △위해 식·의약품 △가품 △청소년 유해매체물(성인용품) △개인정보 침해 등을 선정하고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인데요.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알리를 비롯해 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의 급성장에는 사실상 아무런 제재 없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며 영역을 넓힌 탓도 크다"며 "정부가 위해물품 차단을 위한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등 중국 플랫폼 스스로의 자정을 기대하는데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위해물품 셀러 진입 자체를 막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플랫폼들의 정착 초기 시기인 만큼 불법품, 가품 유입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대응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당사자인 소비자들 또한 주의하며 구매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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