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민연금공단의 통신주 매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5G 도입기와 성장기에는 10%가 넘도록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에 비중을 실었는데요. 지난해말 기준 보유 지분율은 한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KT에 대해서는 추가 매도에 나서면서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으로 뒤바뀔 상황에 놓이기까지 했는데요. 5G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정부의 통신비 잡기가 지속되면서 비중 축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경영진들은 책임경영을 내걸며 자사주식 보유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3사의 국민연금 비중은 매해 감소하고 있습니다.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LG유플러스입니다. 2020년 말 국민연금은 4980만1336주를 보유하며 11.41%를 보유 중이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2552만7642주로 절반 가까이 비중을 줄였습니다. 보유한 지분율도 5.85%로 축소됐습니다.
통신3사 사옥,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사)
KT는 지난 2일 최대주주변경 공시를 냈습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축소하자 2대주주인 현대차그룹보다도 지분이 낮아지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국민연금은 3년전인 2020년 말 3049만8743주(11.68%)를 보유하고 있었고, 차기 대표 선출이 진행 중이었던 2022년 말에도 2641만2967주(10.12%)를 보유했습니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의 대비 KT 비중은 높게 유지해 왔죠. 이를 지난해 말 8.08%로 낮췄고, 3월20일 추가 매도에 나서면서 7.51%로 지분율 비중을 줄였습니다. 급기야 2일엔 국민연금 지분 변동으로 기존 2대 주주였던 현대차그룹은 얼결에 최대주주 자리에 앉게 생겼는데요.
현대차(005380)는 KT 지분을 4.75%,
현대모비스(012330)는 3.14%를 보유 중입니다.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 변경을 위해선 정부의 공익성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달 중순까지 공익성 심사 신청을 해야 합니다.
SK텔레콤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7.46% 수준입니다. 1년전 7.69% 대비 변동폭이 큰 것은 아니지만, 2020년말 11% 대비 크게 낮아졌습니다.
국민연금은 통신주 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단순 추가 취득·처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연금의 보유 목적은 크게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구분되는데요. 말 그대로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매도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통신시장이 직면한 당장의 상황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은 68%, KT는 73%, LG유플러스는 64.3%의 5G 고객 비중을 달성했습니다. 5G 가입자 확대가 둔화되면서 올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의 통신비 압박도 속앓이 요소인데요. 이미 번호이동 고객에게 추가적으로 비용을 지원해야 하는 전환지원금 제도가 시행됐고,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5G 가입자가 늘어나도 마케팅비가 늘어 이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통신3사는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자사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김영섭 KT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 자사주 매수에 나섰고, 이달에는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를 중심으로 임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펀더멘탈 문제 없이 신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주주들에게 보여주려는 차원입니다. 김영섭 대표는 5300주를 지난달 22일 매수했습니다. 황현식 대표는 지난달 26일 1만5000주를 장내 매수했습니다. 지난 2021년 4월 2만5000주를 매수하며 총 4만5800주를 보유 중이었는데, 이번 매수를 통해 보유 주식이 총 6만800주로 늘어났습니다. 여명희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리스크책임자(CRO) 전무를 비롯해 권준혁 부사장, 정수헌 부사장, 양효석 전무, 김범순 전무도 매수에 동참했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상여로 받는 자사주를 포함, 자사주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는데요. 2022년말 7340주였던 자사주는 지난해 말 1만1974주로 늘어났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이전에도 지속 변화해 왔다"며 "이와 무관하게 CEO들은 책임경영에 나서는 차원에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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