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극단적 팬덤과 혐오의 결과물 총선, 그리고 총선 그 이후
입력 : 2024-04-19 06:00:00 수정 : 2024-04-19 06:00:00
전략이란 전쟁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이나 책략을 말하며, 전술보다 상위의 개념이다. 전술이란 전쟁 또는 전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과 방법을 말하며,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전망을 갖는 전략의 하위 개념이다.  
 
정당과 정치인이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는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고 그에따라 선거운동을 하려고 한다. 총선은 전쟁과도 같아서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한다. 그래도 총선은 국민을 대표하는 자를 선출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전술적으로 극단적 수단과 방법이 있을 수는 있어도 적어도 전략적으로는 공공선을 앞세워 왔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달랐다. 우선 거대양당의 경선 과정에서부터 공공선을 앞세운 전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양당의 정치인들은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절대권력자의 눈치만을 보았다. 
 
민주당의 경우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변호사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자가 탈락한 후 몇 시간 만에 복귀하더니 경선 1등이라는 비상식적 결과를 냈다. 박용진 후보는 경선을 통과할 수 없게 태어난 사람인냥 끝없는 도전에도 끝없이 소외됐다. 국민의힘 역시 한동훈 위원장이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불협화음이 많았고 혁신 없는 공천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천 이후 본선이 다가올 수록 거대양당은 윤석열과 한동훈, 그리고 이재명이라는 권력자를 앞세워 국민들에게 표를 갈구했다. 소신 있는 정치인보다는 줄을 잘 서는 사람으로 구성된 양당의 후보 라인업 앞에서 국민은 불만이 커졌다. 
 
그리고 거대양당은 21대 총선에서 큰 비난을 받았던 위성정당이란 방식을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더 이상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은 채 적극적으로 악용하였다. 녹색정의당 등 몇 개 정당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당이 거대양당이 주도 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용해 위성정당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민심을 왜곡했다. 
 
그 와중에 선방했던 당은 두 곳인데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다. 조국으로 대표되는 당은 정책적 비전은 뒷전으로 한 채 정권 심판과 복수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표를 얻었다. 이준석은 여성혐오라는 남녀 갈라치기 등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표를 확보했다. 
 
누군가를 극단적으로 좋아하는 팬덤과 누군가를 극단적으로 증오하는 혐오. 팬덤과 혐오라는 상반된 두 단어가 이번 총선에서 모든 정당과 정치인의 메인 전략과 메인 전술로 등장했다. 공공선이 아닌 공공악을 추구하는 최악의 전술과 전략이었다. 양 극단에 속하지 않은 국민들은 달리 마음 둘 곳이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쨌든 제22대 총선은 끝이 났다. 22대 국회는 더 이상 극단적 팬덤과 극단적 혐오를 전략적, 전술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야당은 현 정부의 실책과 비리에 대해서는 합리적 판단 하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되 팬덤과 혐오를 수단으로 하여 협의와 대화의 물꼬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와 여당 역시 야당의 합리적 요구에 대해서 협의와 대화의 태도를 보여야 하고 팬덤과 혐오를 현 정부와 여당의 방패막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만일 여당과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이번 총선에서 한 것과 동일하게 상대방을 악마화 하고 반드시 무너뜨려야 하는 존재로 규정짓고 국회를 운영한다면, 한국 사회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현안, 그리고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정책논의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민생과 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에게, 22대 국회 여당과 야당에게 바란다. 상대방을 악마화하거나 적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냉철하게 본인들의 부족함을 뒤돌아 보고 스스로 반성하길 바란다. 또한 팬덤과 혐오를 이용하기 보다는 소통과 대화를 통해서 국정을 함께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팬덤과 혐오의 정치를 뛰어넘어야 할 때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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