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와인 시장…쪼그라든 실적
올해 1분기 와인 수입량 28.5%↓
신세계L&B 등 수입사, 두 자릿수 실적 감소율 보여
홈술·혼술과 함께 뜬 와인…고물가로 '휘청'
입력 : 2024-05-02 16:37:07 수정 : 2024-05-02 17:59:26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내에서 와인을 찾는 수요가 줄면서 와인 수입량도 덩달아 뚝 떨어졌습니다. 이에 직격탄을 맞은 와인 수입·유통업체들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는데요. 올해는 더욱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와인 수입 중량은 1만1317톤으로 전년 동기(1만5832톤) 대비 28.5% 축소됐습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억3863만 달러에서 1억774만 달러로 22.3% 감소했습니다.
 
지난 2019년 4만3495톤을 기록했던 와인 수입량은 국내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0년 5만4127톤 △2021년 7만6575톤 △2022년 7만1020톤 규모로 빠르게 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홈술·혼술 문화'의 정착이 있습니다. 당시 인원 제한 등의 규제로 유흥 시장 수요가 가정 시장으로 이동했고, 고급 주류로 통하는 와인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마트나 편의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선보이며 와인 대중화에 앞장섰습니다.
 
한 백화점에 진열된 와인 모습. (사진=뉴시스)
 
이후 불어닥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렸습니다. 또한 위스키, 데킬라 등 다른 주종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옮겨가며 와인 열기는 크게 꺾였습니다. 와인 대부분이 수입산인 만큼 이는 즉각적으로 수입 실적에 반영됐습니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5만6542톤으로 1년 전 7만여톤 규모에서 확 쪼그라들었죠.
 
이렇다 보니 와인을 수입·유통하는 업체들의 실적(개별·별도 기준)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신세계L&B는 2022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으나 지난해 1806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이 12.5% 줄었고, 영업이익은 722억원으로 93.8% 감소했습니다. 금양인터내셔날의 경우 매출은 1414억원에서 1201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87억원에서 57억원으로 축소돼 각 15.1%, 69.6%의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아영FBC의 매출은 전년 대비 14.1% 줄어든 1067억원, 영업이익은 63% 빠진 3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나라셀라 또한 매출 -20.4%, 영업이익 -98.2%의 실적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와인업계는 국내 수요 감소와 더불어 고환율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물가 지속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며 올해 와인 시장에 찬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 와인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지난해는 고가 와인을 찾는 수요가 꽤 있어 와인 수입액 감소폭이 낮았지만, 올해는 수입액마저 하락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소비자들이 와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주류 소비를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성은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