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이 암 관련 진단, 입원, 수술 등 간단한 확인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 절차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유병자나 고령자들도 가입 여부를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암보험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유병자가 과거 병력을 직접 고지해야 하는 절차상 불편함을 해소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선뜻 암보험을 들여다볼 수 없었던 고령자들에게도 손쉽게 가입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데이터 활용 동의로 가입 가능 여부 알 수 있어
삼성화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 데이터 활용에 동의하면 자동으로 가입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다이렉트 전용 암보험을 출시했습니다. 당초 유병자가 암보험을 가입할 때 세부 진료 진료 기록과 투약 정보 등 증빙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했지만, 심평원과의 제휴로 이 과정이 생략됐습니다. 삼성화재가 심평원과 제휴를 맺어 환자들의 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보험입니다.
한화생명은 암 경험이 없는 유병자들도 가입할 수 있는 초간편 암보험을 출시했습니다. 고지의무는 암으로 2년 이내에 진단·입원·수술·치료·투약한 적이 있는지만 확인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간편 보험은 암 관련 진단·입원·수술 여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이 기간이 대폭 단축됐습니다.
교보생명도 유병자나 고령자도 가입 여부를 간편하게 알 수 있는 암보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보험 가입 시점으로부터 3개월 내 입원·수술·추가 검사 필요 소견 여부, 2년 내 질병 또는 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여부, 5년 내 암·간경화·파킨슨병·루게릭병·투석 중인 만성 신장질환으로 인한 진단·입원·수술 여부만 고지하면 됩니다.
암보험은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모두 취급할 수 있는 보험입니다. 생보사와 손보사 할 것 없이 보험사들은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보장성 보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 판매량에 따라 순이익 실적이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암보험은 보통 80세 만기로 장기 보장성 상품인데, 장기 보장은 계약 유지율이 높고 손해율이 적다는 점에서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에 유리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기대수명은 86.6세로 5년 전에 비해 남녀평균 2.5세가 증가하면서 암 발병률은 36%에 달합니다. 이로 맞춰 암보험 보장 나이도 80세 이후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보험사들이 이같이 간편 심사 암보험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고지의무와 관련해 모호했던 부분을 개선하며 분쟁 소지를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보험 가입자도 헷갈려 고지의무를 위반해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원발암과 전이암에 대한 보상 기준도 명확해지며 두 암을 따로 보상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전이암 진단 시점을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원발암 완치 후 전이암이 발생해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추가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전이암 진단 시점을 원발암과 동일하게 판단하는 것이 방지됩니다.
보험사들이 유병자와 고령자도 간단한 고지의무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수술실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불완전판매·부지급 불씨 여전
과거에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 상품은 많았으나 고지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보험사가 환자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적어 부지급 분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환자의 동의를 얻어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슈어테크(Insurance+Technology)가 발달하면서 분쟁 소지도 줄어들 것으로 보험업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지 의무와 관련한 분쟁을 줄일 수 있고, 유병자들을 받아도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해율도 예측이 편하다"라며 "암보험 가입 대상과 보장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것보다는, 암보험 가입에 위축된 고령자와 유병자들의 접근성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고지 의무가 간편할수록 상품 가입 과정도 간단하다 보니,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여전합니다. 고령자와 유병자는 일반 심사를 거치는 가입자들에 비해 보장 항목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보험사들이 유병자와 고령자를 잡기 위해 과당 경쟁을 할 경우 결국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일반암 대비 유사암 진단비를 지나치게 올리며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보험상품 판매를 제지를 한 것처럼, 회사의 건전성이 담보돼야 가입자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손해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할 경우 부지급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간편심사로 가입하는 유병자나 고령자의 암 발생률은 일반 심사로 가입할 때보다 높고, 체력과 어느 정도의 건강이 담보되는 수술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간편 가입이 가능하다고 해도 본인의 상태에 따라 수술 보장과 치료 보장, 사망 보장 등 항목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업계는 아무리 간편 암보험도 나이와 병력에 따라 수술과 치료 등 필요한 보장 항목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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