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올해 국내 배터리 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50%대로, SK온은 60%대로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공격적인 투자로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해 온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로 생산량 조절에 나선 데 따른 것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속도 조절이 본격화하면서 배터리업계의 가동률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16일 각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은 57.4%로 전년동기대비 20.3%p 하락했습니다. 이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와 소형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가동률을 합산한 수치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공장 가동률.(그래픽=뉴스토마토)
같은 기간 전기차 배터리만 생산하는 SK온 역시 69.5%로 26.6%p 떨어졌습니다. 두 회사 모두 가동률이 각각 50%대, 60%대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삼성SDI(006400)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것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기 때문인데요.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미국 시장의 전기차 재고가 쌓이자 배터리 생산 조정에 나선 것입니다.
특히 두 회사의 고객사인 포드는 이미 전기차 속도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에서 추진하던 배터리 합작법인 사업을 철회했고 12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도 연기했습니다.
SK온과의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제2 공장의 가동 일정도 2026년 이후로 연기했죠. 최근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인 3열 SUV 전기차의 출시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내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추기로 했습니다.
GM은 혼다와 보급형 전기차 공동 개발 계획을 철회했고 미국 미시간주에 건설 중이던 픽업트럭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연기한 데 이어 올해 전기차 40만대 생산 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전 세계 직원의 약 10%를 감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국내 배터리사들은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속도 조절에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후 대규모 수주 물량을 채우기 위해 신·증설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존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배터리 업계의 비용 부담은 커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사진=LG에너지솔루션)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원을 기록했는데 IRA 생산세액공제(AMPC) 1889억원을 제외하면 316억원 적자를 냈습니다. SK온 역시 1분기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하면서 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배터리 판가가 떨어지면서 추가 하락을 기다리는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구매를 늦추고 있는 점도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더욱이 올해 전기차 성장 둔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641만2000대로 16.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는데요. 이는 지난해 성장률(33.5%)보다 무려 16.9%p 감소한 수치입니다.
배터리 업계는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운영 효율화와 신규 기술 개발 등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 포드 전용 라인을 현대차용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순위를 고려해 투자규모 및 집행 속도를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회사가 설비투자 비용을 줄이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80(지름 46㎜, 길이 80㎜) 원통형 및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등 보급형 차량에 대응 가능한 제품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SK온도 각형 배터리에 이어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도 뛰어들었고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27년으로 설정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으로 전기차의 단점이 사라지고 보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경쟁력에 최근에는 품질까지 우수해지면서 배터리업계도 품질 및 기술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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