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여야 포퓰리즘 정책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카드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수수료율 산정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나왔습니다. 카드 결제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반해 수익은 줄고 있는 비정상적 구조를 깨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미나를 열고 적격비용 재산성 제도의 합리적인 개편 방안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3년 주기로 평가한 적격비용 제도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연간 1조4000억원까지 감소시켰다"며 "카드사의 고위험 카드대출과 레버리지 비율(부채성 비율)을 높여 영업 경쟁력 위축을 초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맹점 수수료율 0%대 수렴
카드 수수료율 적격비용 산출 제도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도입됐습니다. 3년 주기로 적격비용을 재산정하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에는 2021년에 재산정이 이뤄졌습니다.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최대 4.5%에 달했지만 여전법 개정안이 시행된 2012년 이후 최근에는 0%대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연 매출 구간에 따라 달라지고 이 수수료율은 3년마다 재산정됩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012년 1.50~2.12% △2015년 0.80~2.09% △2018년 0.80~1.60% △2021년 0.05~1.50%로 낮아졌습니다.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산출 제도로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 속도만 빨라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을 통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2012년 이후 적자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2012년 3300억원이던 적자는 2015년 6700조원, 2018년은 1조40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특히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인 영세·중소가맹점 비중은 매출액 30억원 기준 96%나 되지만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습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전업 카드사 7곳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5조3520억원으로 카드 수익의 30.5%에 불과합니다. 이 비중은 △2018년 35.9% △2019년 31.5% △2020년 31.2% △2021년 32.4% △2022년 30.6%로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대출 자산 늘자 건전성 악화
카드사들은 수익 감소 보전을 위해 대출 자산을 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1~2021년 카드사들의 대출 자산은 연평균 7.2%가 상승했습니다. 고 잔액 기준으로는 19조9000억원에서 37조3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대출자산 증가는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부실 위험도 증가하기 때문에 카드사의 건전성 악화를 불러옵니다.
할부와 리스 등 비카드자산도 2015년 4조4000억원에서 2021년 14조3000억원으로 3.3배 증가했고 이 기간 부채성 비율인 레버리지 비율도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레버리지 비율은 2021년부터 8배로 규제 범위가 늘었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6배였습니다.
서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는 카드론 증가, 자동차 금융 등 비카드자산 확대, 회원 모집 비용 부담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며 "카드결제 규모는 증가했지만 신용판매 사업을 통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오히려 감소되는 비정상적 구조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가맹점은 계속해서 수수료율이 높다고 하고, 반대로 카드사는 낮추면 안된다고 맞서며 정부의 정책 개입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따라서 수수료율 인하보다는 가맹점 영업에 자율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소액 결제에 한해 카드 의무수납제를 부분적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실제로 적격비용 산출 문제가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를 어렵게 하면서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금융위는 2022년 적격비용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제도 개선 움직임은 제자리 상태입니다. 원래 개편 방안은 지난해 발표 예정이었지만 재산정 시기가 도래한 올해도 큰 진전은 없는 상태입니다. 당국은 수수료 이외에도 카드사와 가맹점의 상생 방안을 여럿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잔 입장입니다. 금융위는 카드사와 소상공인 의견 수렴을 받았으므로, 업계는 올해 상반기 중에 개선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화폐 시장 변화에 따라 카드사도 결제 수수료에 의존하지 않도록 대응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제 수수료 제로 시대를 대비해 카드사들은 디지털 지급수단 도입 등 적극적인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 결제 서비스 개발 등 디지털 지갑 산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카드업계가 카드 수수료율 수익 감소를 앞당기는 적격비용 산출 기준을 변경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가맹점 매출액 구간별 우대수수료(0.5~1.5%)가 적용되는 첫날인 지난해 7월3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점포에서 점주가 신용카드로 물건을 결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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