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저축은행 등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돈 빌릴 곳이 없는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몰린 영향입니다. 시장금리가 안정화 하면서 카드업계 조달 부담은 줄어들고 있지만 대출 수요가 쏠리면서 카드론 금리는 14%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3.4%으로,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사진=뉴시스)
카드론 잔액 40조원 육박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9개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전월 대비 1.2% 증가한 39조9644억원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7.3% 급증한 수준이고,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입니다.
자체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통해 조달합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크게 늘었던 여전채 금리는 최근 안정되며 조달이 수월해졌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4.927%로 치솟았다가 12월 말 3.821%, 올해 6월 초 3.782%로 안정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금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등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1금융, 2금융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1금융권은 작년부터 대출 심사를 강화해 신용점수가 높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인 차주 위주로 대출을 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2금융권 역시 신규 대출을 줄이는 중입니다. 특히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올 1분기 말 기준 101조3777억원으로, 작년 1월(115조6003억원)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이곳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중·저신용자가 카드론에 집중되고 있는 겁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저신용자의 창구로는 (카드론과 비슷하게) 저축은행도 있었는데, 저축은행은 최대 금리 한정 문제 등으로 마진이 남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거의 대출을 안 해 주고 있다"며 "중·저신용자가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 카드론 외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카드론은 대출 심사가 별도로 없어 서민들이 가장 많이 쓰는 대출"이라며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는데, 최근 경기 침체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카드론은 별도의 대출심사 없이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히기도 합니다.
연체율 10년래 최고
카드론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통상 카드론과 같은 신용카드 대출 금리는 2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습니다. 지난 4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14.26%입니다. 햇살론 금리(최대 연 11.5%)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또 다른 여신업계 관계자는 "경제 논리상 고신용자 비율이 높아져야 (카드론) 금리가 낮아지는데, 현재는 중·저신용자만 대거 몰리고 있다"며 "카드론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금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드론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3.4%였습니다. 전년 동월(2.5%)과 비교하면 0.9%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이는 2014년 11월(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만기가 된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해 다시 빚을 내는 카드론 대환대출, 일명 '돌려막기' 금액도 늘었습니다. 올 1분기 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8353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5.6% 폭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빚을 못 갚은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지난해부터 카드론도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 금융당국도 지원책을 늘리고 있지만, 대출 잔액과 연체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정환 교수는 "카드론은 일반 서민금융보다 반발이 심한 점 등 때문에 카드사 차원에서 지원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정부 주도하에 연체 금리를 낮춰주는 지원책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신업계 관계자 역시 "카드사 자체적으로 지원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금융당국과 정부가 연체 금리를 일정 부분 낮춰 주는 등 대책을 선보이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9개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9644억원으로 전월 대비 1.2%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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